“시합에 진 선수가 재대결 원해” 트럼프, 해리스와 TV토론 거부
10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대선 후보 TV 토론 대결 이후 미국 언론이 "내가 토론에서 이겼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대다수의 여론조사 결과 이번 토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겼다는 평이 많았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매 대선 토론 이후 자신이 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는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여론조사에선 내가 민주당 급진 좌파 후보인 해리스와의 토론에서 이긴 것으로 분명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모든 여론조사에서 우리가 토론에서 이겼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 △2024년 해리스 부통령과의 대선 토론 이후 늘 자신이 이겼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여론조사에서는 내가 민주당의 급진 좌파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와의 토론에서 이긴 것으로 분명하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합에 진 선수가 재대결을 원한다고 밝힌 뒤 "그녀는 (토론이 끝나자마자) 즉시 2차 토론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토론을 계기로 고령 논란에 휩싸인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2차 토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간 지난 10일 ABC 방송 주최로 진행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초 ABC 토론에 더해 폭스뉴스, NBC 등이 주관하는 토론도 9월에 두 차례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ABC 토론 상황을 보고 10월에 한차례 더 토론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지난 10일 토론이 끝나자마자 추가 토론을 제안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의 대거 입국 및 인플레이션 상황을 거론하면서 "해리스와 부패한 조 바이든은 미국을 파괴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모든 사람은 해리스와 바이든이 초래한 다른 문제를 포함해서 이 상황을 알고 있다"면서 "이 사안은 조 바이든과 첫 토론 및 해리스와 두 번째 토론에서 상세하게 논의됐다. 세 번째 토론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토론을 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지난 6월 말 토론을 했다.
하지만 CNN은 "이러한 주장은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10일 TV 토론 직후 여론조사업체 SSRS와 CNN이 실시한 긴급 조사에서 토론을 시청한 미국 등록 유권자 605명 중 63%가 '해리스가 더 잘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승리' 응답률은 37%에 불과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의 조사에서도 유권자 2,166명 중 54%가 '해리스 승리'에, 31%가 '트럼프 승리'에 응답했다.
트럼프의 '승리 선언' 이후에 나온 조사(여론조사업체 레거·뉴욕포스트)에서도 유권자 1,002명 중 50%가 해리스의 손을 들어줬다. 트럼프가 토론을 더 잘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29%에 불과했다. 얼리사 카스 미 민주당 여론조사원도 "해리스 56%, 트럼프 28%의 결과가 나왔다"고 했고, 로버트 칼리 공화당 여론조사원도 "토론에서 이겼다고 대답한 비율이 해리스는 55%에, 트럼프는 43%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인용한 여론조사들은 모두 허위였다고 CNN은 짚었다. 앞서 트럼프는 11일 폭스뉴스에 "내가 92 대 7의 비율로 이겼다는 여론조사가 하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CNN은 "해당 조사는 보수 성향 매체 뉴스맥스에서 실시한 것으로, 시청자에게 자사 웹사이트에서 투표하라고 유도했기 때문에 비과학적으로 진행된 조사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지지층만 조사에 응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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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