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합에 진 선수가 재대결 원해” 트럼프, 해리스와 TV토론 거부

10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대선 후보 TV 토론 대결 이후 미국 언론이 "내가 토론에서 이겼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대다수의 여론조사 결과 이번 토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겼다는 평이 많았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매 대선 토론 이후 자신이 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 10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주민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간의 첫 대선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13일 민주·공화 양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와 트럼프의 첫 TV 토론 대결 이후 여론조사상 자신이 승리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팩트체크한 결과, 해당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는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여론조사에선 내가 민주당 급진 좌파 후보인 해리스와의 토론에서 이긴 것으로 분명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모든 여론조사에서 우리가 토론에서 이겼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 △2024년 해리스 부통령과의 대선 토론 이후 늘 자신이 이겼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여론조사에서는 내가 민주당의 급진 좌파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와의 토론에서 이긴 것으로 분명하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합에 진 선수가 재대결을 원한다고 밝힌 뒤 "그녀는 (토론이 끝나자마자) 즉시 2차 토론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토론을 계기로 고령 논란에 휩싸인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2차 토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간 지난 10일 ABC 방송 주최로 진행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초 ABC 토론에 더해 폭스뉴스, NBC 등이 주관하는 토론도 9월에 두 차례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ABC 토론 상황을 보고 10월에 한차례 더 토론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지난 10일 토론이 끝나자마자 추가 토론을 제안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의 대거 입국 및 인플레이션 상황을 거론하면서 "해리스와 부패한 조 바이든은 미국을 파괴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모든 사람은 해리스와 바이든이 초래한 다른 문제를 포함해서 이 상황을 알고 있다"면서 "이 사안은 조 바이든과 첫 토론 및 해리스와 두 번째 토론에서 상세하게 논의됐다. 세 번째 토론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토론을 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지난 6월 말 토론을 했다.

하지만 CNN은 "이러한 주장은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10일 TV 토론 직후 여론조사업체 SSRS와 CNN이 실시한 긴급 조사에서 토론을 시청한 미국 등록 유권자 605명 중 63%가 '해리스가 더 잘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승리' 응답률은 37%에 불과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의 조사에서도 유권자 2,166명 중 54%가 '해리스 승리'에, 31%가 '트럼프 승리'에 응답했다.

트럼프의 '승리 선언' 이후에 나온 조사(여론조사업체 레거·뉴욕포스트)에서도 유권자 1,002명 중 50%가 해리스의 손을 들어줬다. 트럼프가 토론을 더 잘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29%에 불과했다. 얼리사 카스 미 민주당 여론조사원도 "해리스 56%, 트럼프 28%의 결과가 나왔다"고 했고, 로버트 칼리 공화당 여론조사원도 "토론에서 이겼다고 대답한 비율이 해리스는 55%에, 트럼프는 43%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인용한 여론조사들은 모두 허위였다고 CNN은 짚었다. 앞서 트럼프는 11일 폭스뉴스에 "내가 92 대 7의 비율로 이겼다는 여론조사가 하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CNN은 "해당 조사는 보수 성향 매체 뉴스맥스에서 실시한 것으로, 시청자에게 자사 웹사이트에서 투표하라고 유도했기 때문에 비과학적으로 진행된 조사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지지층만 조사에 응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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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