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은행 인질극 7시간 벌이자 시민들 몰려와 "당신이 영웅"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서쪽의 한 은행 지점에서 11일(이하 현지시간) 무장 인질극이 벌어져 7시간 동안 대치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이 몰려와 “당신이 영웅”이라고 구호를 외쳐댔다. 보통 은행 인질극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자신이 맡겨놓은 예금을 털어가지 않을까 걱정하게 마련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아래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인질극을 벌인 용의자를 경찰이 검거하자 오히려 시민들은 은행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쳐대며 격렬하게 저항하기까지 했다.


▲은행 예금을 찾을 길이 없어 격분한 레바논 남성 바삼 알셰이크 후세인이 11일(현지시간) 인질극을 벌인 베이루트 서쪽 페더럴 은행 지점을 빠져나온 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함라 거리에 있는 페더럴 은행의 지점에 라이플 소총을 든 채 들어온 용의자는 석유를 끼얹은 뒤 은행원과 고객 등 적어도 6명을 인질로 붙잡은 채 경찰과 대치했다. 용의자 바삼 알셰이크 후세인(42)은 이 은행 고객인데 아버지의 병원 치료비를 지불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으나 예금 인출 상한 때문에 많은 돈을 찾을 수 없게 되자 집에서 소총을 들고 와 은행을 점거하기에 이르렀다.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 나라에서는 2019년부터 고객이 은행 예금을 인출하는 데 상한을 둬 관리하고 있어 고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해외로 자금을 송금할 때도 엄격한 규제가 따른다.

다행히도 인질극은 다친 사람 없이 평화적으로 끝났다. 은행은 문제의 남성과 협상을 벌여 3만 5000달러(약 4556만원)의 예금을 인출할 수 있게 해줬다고 현지 LBC TV가 전했다.


경찰은 억류됐다가 풀려난 인질들과 용의자를 에스코트했다. 관리들은 문제의 남성을 기소할지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LBC에 따르면 후세인은 가족 몇몇이 병원에 입원해 있어 예금 인출이 절실했다고 전했다. 용의자의 남자형제는 취재진에게 “우리 형제는 은행에 21만 달러를 예치하고 있었는데 5500달러만 찾아 병원 치료비를 납부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은행 바깥에 있던 후세인의 부인과 동생은 “모든 사람이 마땅히 자신의 것인데도 예금을 찾으려면 같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나브로 시위대로 바뀐 시민들은 “은행 규제를 박살내자”는 구호를 연호했다.

레바논의 은행원 노조를 이끄는 조지 알하지는 AFP 통신에 “비슷한 사고들이 계속 일어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에도 화가 잔뜩 치민 예금주가 바카 계곡에 있는 한 은행을 점거해 수십명을 인질로 붙잡은 채 자신의 예금을 미국 달러로 반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알하지는 “예금주들은 자신의 돈을 찾길 바란다. 그리고 그들이 은행 임원에 접근할 수 없어서 창구 직원들의 면전에 분통을 터뜨린다”고 말했다.

레바논 통화의 값어치는 경제난이 시작된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10%정도로 폭락했으며 인구 5명 가운데 4명 꼴로 빈곤선에 허덕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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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