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검수완박? 그냥 말도 안되는 '검수야합'

▲이경주 뉴스젠 발행인

국민의힘 지도부가 25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대해 "선거 범죄와 공직자 범죄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재논의하기로 결론 내렸다. 여야 원내대표가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한 지 사흘 만에 합의안 파기를 주장한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합의 파기 시 즉시 국회 본회의를 열어 검찰 개혁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합의한 것이 잘못이었다. 박 의장의 중재안은 기껏해야 검수완박의 시기만 늦췄을 뿐이고, 야당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검찰에 남아 있는 6대 범죄 수사권을 결국 단계적으로 모두 박탈하는 안이다.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분야는 4개월 내, 부패·경제 분야는 1년 6개월 내 사라진다. 공직자와 선거 분야에 대한 검찰 수사가 사라지면 이득을 보는 사람은 따로 있다. 당장 오는 9월부터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산자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검찰의 손을 떠난다. 뿐만 아니라 6·1 지방선거 이후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도 경찰로 넘어가야 한다.

양당의 합의안 가운데 가장 비난받는 조항은 현재 검찰에 직접수사권이 있는 6대 범죄 중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를 먼저 삭제하고 부패·경제는 남기되 이 또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 폐지한다는 것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검찰은 선거사범·공직자 수사를 할 수 없다. 선거사범·공직자 수사는 그동안 국회의원을 필두로 행정부 및 청와대의 고위층 인사들의 비리나 부정을 처벌하는 도구로 사용됐다.

사전에 권력층 비리를 억제하는 역할도 했다. 역으로 보자면 신구 권력 모두 검찰에서 가장 먼저 들어내고 싶어 했던 수사권이다. 현실적으로도 민주당이 정권교체기에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한 것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사정 태풍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보호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윤석열 정부는 차기 여권 인사들을 향한 검찰 수사의 예봉을 피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처럼 양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게 국민의힘이 중재안을 수용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많다.

여야의 검수완박 합의는 정치인 스스로 검찰 수사를 받지 않는 법안에 합의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인과 권력자들만 살 판나게 생겼다는 얘기다.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정치권이 스스로 보호막을 치는 식이면 곤란하다. 국민들 눈에는 정권교체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사법 리스크에 대비해 '안심 보험'을 든 것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상황이 이러니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비호용 법안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민주당 단독 입법을 막을 수 없다면 검찰 수사권 폐지에 유예를 두는 '중재안'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 있었다고 한다. 또 윤석열 정부 첫 인사청문회와 향후 정부조직법 개정 등에서 민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라도 '합의안'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한다. '야합'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야합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당장 6·1 지방선거 선거사범 수사는 막대한 차질과 혼란이 불가피하다. 또 3년2개월 만에 재개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비롯해 공직자의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수사도 삐걱거리는 등 수사의 총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형벌권 약화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인 서민에게 돌아간다.

중재안 합의를 주도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비난이 잇따르자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더 무겁게 여겨야 했다”며 사과했다. 이에 더해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어제 “정치인들이 스스로를 검찰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이해 상충”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이준석 당 대표도 “검수완박 입법 추진은 무리며 25일 최고위원회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합의 파기시 무조건 단독입법추진’이라는 오만을 버리고‘셀프 방탄 입법’이란 민심의 소리를 새겨듣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길 바란다. 또한 국민들은 정치인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걸 여야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22일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이 국회에서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논의해 합의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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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