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관계에서 불평과 불만은 왜 자꾸 발생하나
우리의 관계에서 불평과 불만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불평과 불만은 일어난 사실로 인한 것 보다는 자신이 그 사실에 대한 분별과 해석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분별한다는 것은 어떤 사건을 카테고리화 시키는 작업이다. 카테고리화 시킨다는 말은 특정한 사건이나 사실을 옳은 것 혹은 그릇된 것, 유익한 것 불리한 것, 싫은 것 혹은 좋은 것으로 분류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분류한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면서 자기중심으로 스토리를 만든다. 이것이 어떤 사실이나 사건을 분별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나에게 ‘나뿐 놈’이라고 했다고 하면, 상대방이 던진 말에 대해 우리는 좋지 않은 느낌이 순간적으로 들 수 있다. 그 다음 자신이 느낀 느낌을 토대로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말을 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즉 상대방이 던진 나뿐 놈이라는 말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그가 그렇게 던진 말이 충분히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 감정은 자꾸 증폭된다.
이러한 심리적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대방이 나에게 “나뿐 놈”이라고 던진 말은 일차 화살이 된다. 누구도 일상을 살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거스르는 일차 화살들을 피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1차 화살을 맞게 되면 곧 바로 2차 화살을 스스로 만들어 이를 가지고 자신을 괴롭히는데 있다. 그 상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해석하면서 옳고 그름을 따진다. 대부분 설사 자신이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던진 말에 대해 자기중심적 해석을 하면서 부정적 감정의 자체 재생산을 통해 자신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면서 고통에 시달린다. 이것은 상대에 대한 불평의 싹이 되고 불만의 원인이 된다. 일단 특정한 사건이나 사실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고 불평과 불만을 갖게 되면 그것은 상대를 대하고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이는 눈덩이처럼 자꾸 커지면서 자신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매김한다. 이를 통해 점차 상호 관계는 부정적 감정을 토대로 하는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느냐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에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
상대가 나를 비판하는 말을 들었을 때 일차적으로 느끼는 불쾌한 감정을 영어로 표현하면 pain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과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모든 불편한 느낌으로 받는 괴로움이 곧 pain이다. 이 일차적 불쾌한 감정을 누구나 다 느낄 수 있다. 다음 단계인 이를 해석해서 스토리화 하고 반복적으로 자꾸 생각하면서 받는 고통과 괴로움을 영어로 표현하면 suffering이다. 삶에서 문제되는 것은 2차적인 심리과정을 통해 만들어 낸 스토리를 통해 반복적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현상이다.
많은 어머니들은 자식의 잘못과 사고를 접하며 다 자신의 잘못으로 생각한다. 자신을 괴롭히고 자신에게 엄청난 짐이 된 자식에게 벌을 내리기 보다는 오히려 자기의 잘못이라고 해석하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어떤 부모는 그러한 자식과 연을 끊겠다고 하고 자식을 미워하고 원수가 된다. 자식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괴로워하는 것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2차적으로 이를 해석해서 스토리화 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관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은 그러한 일이 발생할 조건이 형성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그 조건이 사라지면 없어진다. 만약 우리가 특정한 조건에 의해 형성된 모든 사건에 대해 분별하고 해석하는 작업을 멈출 수만 있다면 대부분의 관계에 대한 불평과 불만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평가하지 말고 묘사하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사건을 묘사하고 객관화 하여 바라보면 우리는 그 사건에 매몰되지 않고 그 사건을 통해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분별하고 해석하면서 옳고 그름을 따지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로 인한 불평과 불만의 그물에 걸려 더욱 휘말려 들게 된다. 그리고 그물에 걸린 새처럼 그 사건에 얽혀 허우적대면서 괴로워하며 살아간다. 인간 고통의 대부분은 2차 화살로부터 받는 suffering이다. 그러니 어떤 사건과 사실이 발생했을 때 그런 일이 발생할 조건이 형성되어 있어 났구나 하고 그럴 “뿐” 하고 일차 심리적 과정에서 멈추면 대부분의 우리에게 발생하는 심리적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다. 이를 분별하고 해석하는 2차 심리 과정에서 벗어날 때 우리의 삶에서 불평과 불만은 많은 부분 살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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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