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97일째…헌재 한덕수 먼저 결론 속 尹 '각하' 가능성 주목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을 접수한 지 97일째가 됐지만, 아직 선고기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헌재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선고를 오는 24일로 잡으면서 윤 대통령의 선고는 빨라야 내주 후반께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더해 여당인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면서 탄핵 각하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과 헌재의 선고 지연이 맞물리면서 헌재가 절차적 흠결 등에 주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헌재는 20일 한 총리 탄핵심판에 대한 선고기일을 오는 24일로 발표했다. 헌재는 또 이번주 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 공지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한 총리 사건보다 늦게 이뤄질 전망이다. 헌재가 내주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한다면 오는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관련 2심 선고가 예정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빨라야 27~28일에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 사건에 대한 쟁점 정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엔 4월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헌재의 선고가 늦어지자 여권은 탄핵 각하 가능성이 커졌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각하는 청구된 주장의 옳고 그름이 아닌 '절차의 적절성'을 따져서 결정한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19일) 기자회견에서 "선고가 예상보다 지연되는 것은 논의해야 할 쟁점이 많다는 것이고, 합치된 의견보단 재판관 간 다른 법률적 견해가 표출되는 것"이라며 각하를 주장했다.
여권이 주장하는 '각하'설의 주된 근거는 '국회 의결 없는 내란죄 철회'다.
국회 측은 지난 1월 3일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소추 사유 중 '내란죄'를 철회했다. 내란죄는 형사재판에서 다툴 문제로 신속한 판결을 위해 탄핵 심판에서 다루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자 윤 대통령 측은 "소추 사유의 80%를 철회한 셈이니 국회의 새로운 의결을 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여권은 또 헌재가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문조서 등을 탄핵 심판 증거로 채택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40조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 탄핵 심판에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규정한다.
윤 대통령 측은 형사소송법상 당사자의 동의가 없으면 진술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이를 탄핵 심판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평의를 거쳐 증인들의 수사기관 피의자 신문조서를 탄핵 심판 증거로 채택했다.
헌재 결정에 대해 야권은 강한 반발 입장을 보였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한 총리 탄핵소추에 대한 선고기일이 윤석열에 대한 선고기일보다 먼저 잡힌 데 대해서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조 수석대변인은 "헌재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까지는 선입선출의 원칙을 지켜왔다"며 "그런데 왜 선입선출을 어기고 윤석열보다 먼저 한덕수에 대해 선고하겠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니 헌재가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정치적 주장에 흔들리고 있다는 국민적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 아니겠냐"며 "원칙을 어그러뜨린 것은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헌정질서 수호의 막중한 책무를 진 헌재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 데 대해서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윤석열에 대한 선고기일을 지체 없이 결정해 파면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역시 "헌재 스스로 밝혔던 원칙에 부합하지 않다"며 "내란수괴 윤석열의 조속한 파면 결정을 기다려온 국민께선 또 한 번 허탈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보협 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지난해 12월 27일 '대통령 탄핵 사건이 다른 어떤 사건보다 중요하다'라며 '무조건 앞에 있는 사건부터 처리해 나가는 게 아니라 가장 시급하고 빨리 해야 하는 사건부터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꼬집었다.
김 수석대변인은 "헌재 평의 종결 기준으로는 한덕수 사건이 2월 19일로 윤석열 사건보다 앞서지만, 헌재에 탄핵소추안이 접수된 날짜 기준으로 보면 윤석열 사건이 12월 14일로 한덕수 사건보다 2주가량 앞선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과 국민 삶에 미치는 영향이나 사건의 중요도 측면을 고려한다면, 윤석열 탄핵재판부터 선고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배했는지 여부를 가릴 헌법재판관들이 지나치게 정치적·정무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귀 기울이길 바란다"고 했다.
또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라며 "국정의 불안정·불확실성이 고조돼 대한민국의 경제와 민주주의는 무너져 내리고 있고, 국민의 삶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헌재가 조속히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결정을 내려주길 촉구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