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美의회도 등 돌렸다…트럼프 이후 대내외 분열 가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취임 후 43일 만에 이뤄진 4일(현지시간) 첫 상하원 의회 합동연설은 자국 이익에만 몰두하는 ‘미국 우선주의’와 좌우 양극단의 분열을 더 조장하는 방식으로 지지층 결집을 끌어내는 ‘트럼프식 분열의 정치’를 각인시켜 준 행사였다.


▲ 앨 그린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이 4일(현지시간)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지팡이로 가리키며 “당신은 권한이 없다”고 외치고 있다. 그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직권으로 퇴장당했다. 그린은 트럼프 대통령을 맹렬히 비판하는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중 탄핵을 추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과 민주당 화합의 상징인 ‘보라색 넥타이’를 매고도 야당 비판에만 열을 올렸다. 재취임 후 첫 의회 연설인 만큼 야당에 손을 내미는 통합의 메시지가 어느 정도 나와야 했지만, 발언은 자화자찬 또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의 향후 국정 스타일을 예고하는 상징적 시간이기도 했다.

그는 전임자인 바이든 전 대통령을 달걀값 폭등 등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지목했고, 대선 유세에서 민주당 인사들을 비판할 때 썼던 ‘극단적 좌파 미치광이’ 같은 표현을 그대로 쓰기도 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온 나라를 멸망시킬 질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아도 내 앞에 있는 민주당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을 것이고 천문학적 성과에 환호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아냥댔다. 연설 초반 야유의 소리를 보낸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서는 “나를 이런 식으로 맞아선 안 됐다”고 훈계하기도 했다.

여기에 그는 완전히 장악한 공화당과 골수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을 바탕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관세 등 무역 정책, 동맹 등 외교 정책에서 전 세계를 이미 긴장 모드로 몰아넣고 있다. 그는 이날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해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얻게 될 것”이라며 야욕을 드러내고 “국가 안보를 위해 파나마 운하를 되찾을 것”이라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이날 연설을 두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전적인 낙관주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우울한 절망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CNN 방송은“가장 당파적이고, 가장 통합과 거리가 먼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적어도 이날 연설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숭배하는 공화당원들만의 대통령이었고, 민주당원들은 눈살을 찌푸린 채 트럼프 대통령과의 차이를 부각시킨 이들로만 보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대내외적인 분열은 유럽 국가들에서도 점차 드러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 생존을 꾀해야 한다는 ‘자강론’이 한층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일 유럽이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에 맞서 핵 억지력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일시 중단하는 등 유럽문제에 발을 빼자 독일·프랑스가 스스로 방어할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밤 여러 TV 채널을 통해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유럽의 동맹국 보호를 위한 핵 억지력에 대해 전략적 대화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며 “우크라이나와 프랑스, 유럽인의 안전을 위해 지체 없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의에서 “결정적인 조처를 할 것”이라며 “회원국들은 재정 적자 계산에 포함되지 않고도 군사비를 늘릴 수 있게 되고, 유럽 땅에서 유럽산 무기를 구매하고 생산하기 위해 대규모 공동 자금이 결정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자강을 위해선 “경제적 수준에서도 노력해야 한다”며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한 것처럼 유럽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행정부의 이 결정을 “미국 경제와 우리 경제 모두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며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미국 대통령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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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