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격한 보복’ 예상 못한 이스라엘, 또 상황 오판
이스라엘이 지난 1일(현지시간)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할 당시 이란의 강력 대응 가능성을 배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사관 폭격 12일 뒤 이란은 사상 최초로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무장드론과 미사일 350발을 퍼부었다. 이스라엘이 상황을 크게 오판해 이란의 격렬한 보복을 부른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겠다는 계획을 미국에 알린 시점은 공격 감행 직전이었다.
이스라엘군 내부 기록에 따르면 전시내각이 공격 작전을 승인한 때는 지난달 22일이다. 최대 동맹국인 미국과 논의하지 않고 사실상 ‘선 조치, 후 통보’한 것이다.
이 같이 행동한 배경에는 이란의 강경한 보복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 착오가 있었다. 이스라엘군 내부 기록에는 추후 발생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가 담겼다. 이란이 시리아·이라크 민병대 등 대리 세력을 조종해 소규모 공격을 전개할 것이란 관측 등이다. 본토를 겨냥한 이란의 직접 타격은 이스라엘군의 예상 범위에 없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안보 부처 수뇌부는 이스라엘의 영사관 공격 계획을 통보받은 뒤 이스라엘과 상반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는 “미 정부는 공개적으로는 이스라엘에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했지만, 비공식적으로 미국과 상의 없이 이란에 공격적 조치를 취한 것에 분노를 표했다”고 NYT에 전했다.
이란에 대한 보복을 공언한 이스라엘 전시내각은 공격 방식과 시점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공격받은 당일인 13일에 이어 15일 이란에 보복 공격을 감행하려다 미국 등 서방의 만류로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보복 공격 자체는 이미 결정됐으며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는 게 이스라엘 정부 입장”이라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7일 각료회의에서 “이란 대응에 관한 결정은 주체적으로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북부 국경 지역에선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헤즈볼라가 이날 이스라엘 북부 국경 마을 아랍 알아람셰의 커뮤니티센터를 드론으로 공습해 군인 14명 등 18명이 다쳤다고 타임스오스이스라엘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이날 이란에 미사일을 발사한 건 지난 14일 이란으로부터 대규모 공습을 받은 지 닷새 만이다.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간부 등 13명이 숨지자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한 이란은 13일 밤 이스라엘 본토에 탄도·순항미사일과 무인기(드론) 약 330대를 날렸다.
이 중 99%는 14일 새벽 이스라엘군과 중동 주둔 미국·영국군에 의해 격추돼 피해는 미미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건국 이래 처음으로 이란으로부터 직접 공격을 받자 긴급 내각회의를 소집해 군사적 대응 방안을 논의해 왔다.
국제사회는 이란의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이스라엘에 맞대응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지만,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이란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란 혁명수비대 핵안보 책임자는 전날 이란 타스남 통신에 이스라엘이 자국 핵시설을 공격할 경우 동일한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14일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이스라엘 정권이 또 한번 실수를 한다면 이란의 대응은 상당히 더 심각해질 것이다. 이것은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갈등이며, 미국은 이 분쟁에서 빠져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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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