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가 지킨 바다…부활한 천안함이 사수"

▲ 제14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이 열린 26일 오전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유가족과 내빈들이 천안함 함수를 둘러보고 있다.

14년 전인 2010년 3월 26일 서해 백령도 부근 해상에서 작전 중이던 천안함 용사 46인은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하늘의 별이 됐다. 구조작전 도중에는 고(故) 한주호 준위가 우리 곁을 떠났다. 26일 천안함의 '모항(母港)'인 경기도 평택의 해군 2함대사령부에는 이들을 그리워하는 가족과 전우들이 모였다. 세월은 야속하게 흘러가지만 용사들을 기리는 마음은 14년 전 그날에 멈춰 있다.

이날 해군 2함대는 부대 추모비 앞에서 '제14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을 열고 전사한 장병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렸다. 추모식에는 전사 장병들의 유가족 100여 명과 당시 참전장병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유가족과 참전 장병들은 추모비의 부조 속에서 14년 전 빛나던 청춘의 모습으로 남은 46용사들과 마주 앉았다. 생때같은 아들을 서해에 묻었던 노부부의 눈시울은 추모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젖어 있었다. 46용사들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어린 조카들도 부모의 손을 잡고 추모식에 자리했다.

유가족들은 비에 젖은 추모비 속 46용사의 얼굴을 일일이 닦아주고 매만지며 애끓는 혈육의 정을 나눴다. 14년 전 아비규환 속에서 다행히 살아서 돌아온 참전용사들도 먼저 간 전우들 앞에 국화를 놓고 머리를 숙였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조전을 통해 46용사의 헌신과 희생에 경의를 표했다.


이성우 천안함 유족회장과 유가족들은 추모식이 끝난 뒤 일부 정치인들이 천안함 폭침이 북측 소행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며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 회장은 야당 정치인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천안함 부모들과 유자녀들의 아픈 가슴에 다시 한 번 비수를 꽂고 생존 장병들의 명예를 폄훼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22대 국회에서는 천안함 46명의 용사와 참전장병들의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천안함 괴담 방지 특별법'을 만들어 주길 여야 정치인들에게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천안함 사건 생존용사인 전준영 326호국보훈연구소 사무총장은 "천안함에서 갑판병으로 근무했는데 '우리 전역 언제 하지'라고 말하며 놀던 기억이 난다"라며 동료들을 회상했다. 사건 당시 병장이었던 전준영 씨는 입대 동기 5명 중 혼자 살아남았다.

천안함 참전용사와 유가족 등은 천안함의 갑판과 사관실, 전투지휘실 등 내부를 둘러보며 "요즘 배는 많이 좋아졌구나"라며 천안함 46용사들에게 다시 한번 경의를 표했다. 이들은 기념촬영을 하며 슬픔을 달래기도 했다.

박연수 천안함장도 이날 함상에서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박 함장은 천안함 사건 당시 작전관을 지냈으며, 지난 1월 2대 함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 전 "내가 현역으로서 전우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건 천안함을 타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함장은 "14년 전 오늘이 눈앞에 생생하고, 그날 이후로 전우들을 하루도 잊은 적이 없다"라며 "천안함 전우 모두와 함께 전장으로 나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서해 북방한계선을 완벽하게 사수하겠다. 적이 도발하면 즉각,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해 그곳을 적들의 무덤으로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호위함 천안함은 '천안'을 함명으로 사용한 해군의 세 번째 함정이다. 천안함은 초계함(PCC, 1000톤급)보다 크기와 무장, 방어능력을 대폭 증가했다.

천안함은 길이 122m, 폭 14m, 높이 35m 크기에 최고속력은 30노트(시속 55㎞)이며, 해상작전헬기 1대를 탑재할 수 있다. 주요 무장으론 5인치 함포와 함대함유도탄, 한국형 수직발사체계(KVLS)로 발사하는 함대지유도탄·장거리 대잠어뢰(홍상어)·유도탄방어유도탄 등이 탑재돼 있다.


유가족들은 이날 차기 국회에서 천안함 46용사를 비방하면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내용의 '천안함 괴담 방지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21대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으나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고(故) 이상희 하사의 아버지 이성호 천안함 유족회장은 "북한에 의한 천안함 피격 사건이 정치권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도와주기 바란다"라며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정치인들을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 관련 발언으로 논란의 대상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조한기·박선원·노종면·권칠승·장경태 국회의원 후보를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망언자"라고 비판하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천안함 유가족과 국민 앞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기 바란다"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추모식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 신원식 국방부 장관,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조화를 보내 애도를 표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직함 없이 개인 자격으로 조화를 보냈다. 다만 야권 인사들의 조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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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