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 사직서 제출 행렬…정부 "5월 2천명 증원 마무리" 쐐기


정부와 의사들 사이에 대화 움직임이 더딘 가운데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행렬이 이날도 이어졌다.

의대 교수들이 '2천명 증원 백지화'를 대화의 조건으로 들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날 5월에 2천명 증원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며 증원 여부와 규모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와의 대화와 관련해 의대생과 전공의, 의대교수, 개원의가 온도 차를 보이는 가운데, 의료계 내 정부와의 대화창구 마련 움직임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강경파 당선이 예상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선거가 이날 마무리되면 의료계가 한목소리를 내기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의대교수들마저 의료현장을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환자들의 한숨 소리는 커져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의정(醫政) 간 대화를 앞두고 총선 앞 '정치쇼'가 아닌 제대로 된 타협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에서 전날 부로 상당수의 소속 교수가 사직서를 내거나 사직하기로 결의했다. 주된 이유는 정부의 2000명 증원 백지화와 원점 재검토가 꼽힌다.

빅5 병원인 '삼성서울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도 오는 28일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했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소속 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3.1%가 단체행동에 찬성했고 그 방법으로 3분의 2 이상의 교수들이 자발적 사직에 찬성했었다.

또 다른 빅5 병원인 '서울성모병원' 교수들도 이날 저녁 회의를 열고 병원 내 비대위 구성, 사직서 제출·취합 방식 등에 대한 추가 논의를 이어간다.

서울성모병원 등 가톨릭중앙의료원 8개 산하 병원 교수들이 속한 가톨릭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지난 14일 온라인 회의를 열어 자발적 사직에 합의했다.

이로써 빅5 병원인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소속 교수들이 이번주 안에 집단 사직서를 내는 모양새다.

서울대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와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 그리고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전날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작성, 서명해 일괄적 또는 개별적으로 제출하기로 했다.

이밖에 서울 소재 대형병원인 건국대의대와 중앙대의대 교수 비대위도 전날부터 사직서 제출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광주지역 3차 상급종합병원을 둔 전남대의대 교수 13명과 조선대의대 교수 16명 등이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냈다.

집단 사직 첫날에만 어림잡아 전국에서 1000명 내외의 의대 교수들이 사직 행렬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전의교협을 만난 뒤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인과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할 것을 지시했지만, 대화에 속도가 나지는 않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교육계와 의료계 인사들을 만났지만, 구체적인 대화 방식이 결정되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는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 윤을식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장,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전원협의회 이사장과 대학 총장들이 참석했지만, 정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전공의, 의대교수 단체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의정 간 대화가 시작되려면 의료계가 '대표성' 있는 단일 창구를 마련해야 하지만, 전공의, 의대 교수,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의 주장과 생각이 각각 달라 협상 주체로 나설 '구심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수들이 '중재자'를 자처하며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침묵하고 있다. 사직한 인턴 류옥하다 씨는 "정부가 교수들과 대화하겠다는 건, 노조가 사직했는데 사측 대표이사를 만난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임 의협 회장의 등장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은 이날 저녁 제42대 회장 선거 결선 투표를 마감한 뒤 당선인을 발표하는데, 최종 후보인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회장,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 모두 '단 한명의 증원도 필요없다'고 주장하는 강경파다.

이에 따라 정부와의 협상은커녕 의협의 주축을 이루는 개원의들이 집단 휴진이나 야간·휴일 단축진료 등의 집단행동에 나서며 갈등이 오히려 증폭될 가능성도 크다.

의사들이 대화 창구를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정부와 의사들이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의료계는 '2천명 증원 백지화'를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이날 성명에서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 정부가 2천명이라는 근거 없는 족쇄를 풀고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도 사직서 제출 계획을 밝히며 '무리한 의대증원 정책추진 중단'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반면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2천명 증원' 후속조치를 5월내 마무리하겠다"고 못을 박으며 "의대 교수님들 단체에서는 대화 조건으로 '2천명 증원'(조정)을 말하는데, 지금은 조건을 따지기보다는 전공의들의 조속한 복귀와 진료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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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