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살지도 않는 영국 왕자, 공주의 존재가 말이 되나"

영국 왕실이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부부가 낳은 아이들에게 왕자, 공주 호칭을 부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치명적 실수”(terrible mistake)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9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신문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영국 왕실 전문가인 톰 바우어는 “찰스 3세 국왕이 비록 선의에서 비롯했다고 해도 절대적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BBC에서 기자로 25년간 일한 바우어는 전기 작가로 유명하다. 2022년 영국 왕실의 속사정을 파헤친 ‘복수: 메건, 해리 그리고 윈저가(家)의 내전’이란 책을 펴냈다.


▲ 영국 해리 왕자(오른쪽)와 메건 마클 부부. 2021년 태어난 딸 릴리벳을 안고 있다.


바우어는 언론 인터뷰에서 “찰스 3세가 (영국도 아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 거주하는 손자, 손녀를 왕실의 일원으로 거둬들인 것은 당혹스럽다”며 “심지어 (미국의) 주권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2018년 할리우드 배우 출신인 메건과 결혼했다. 메건이 흑인과 백인 사이에 태어난 혼혈이고 한 차례 이혼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영국은 물론 국제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이후 영국 왕실과의 불화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다가 2020년 해리 왕자 부부는 왕실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에 정착했다.

왕실과 연을 끊었지만 해리 왕자와 메건에게 각각 부여된 서섹스 공작, 서섹스 공작 부인의 호칭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부부의 아들 아치(4)와 딸 릴리벳(2)은 여전히 왕위 계승 서열 6, 7위에 해당한다. 올해 초 영국 왕실은 아치와 릴리벳을 각각 왕자, 공주로 부르기로 하고 이를 왕실 홈페이지에도 명시했다.

이를 두고 아들과 화해하길 바라는 찰스 3세의 의도가 반영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가뜩이나 군주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왕실 구성원끼리 불화하고 다투는 모습을 노출하는 것은 왕정 유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우어는 찰스 3세가 보다 단호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리와 메건은 군주제를 훼손했다”며 “그 부부의 자녀에게 왕자, 공주 호칭을 부여하는 건 결코 허락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지난 5월 열린 찰스 3세의 대관식에도 초청을 받아 참석했는데, 바우어는 “초대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리 왕자와 메건은 미국 정착 이듬해인 2021년 방송에 출연해 “메건의 피부색 때문에 영국 왕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올해 초 해리 왕자는 자서전 형식의 책 ‘스페어’(Spare)를 펴냈는데 여기서 그는 영국 왕실을 헐뜯으며 특히 찰스 3세의 부인인 커밀라 왕비를 겨냥해 “사악한 계모”(wicked stepmother) “악인”(villain) 등 표현을 썼다.

해리 왕자는 찰스 3세와 첫 부인 고(故) 다이애나 비(妃) 사이에 태어났다. 다이애나는 결혼 후에도 커밀라와 관계를 지속하는 남편의 불륜을 견디다 못해 1996년 이혼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후 찰스 3세는 대중의 거센 비난을 받으면서도 커밀라와 재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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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