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나쁘길래…청년실업률 발표 포기하고 111조원 풀겠다는 나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5일 단기 정책금리를 전격 인하하며 돈 풀기에 나선 것은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 투자, 수출 등 주요 경제지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매월 공개되던 중국 청년실업률 발표도 돌연 중단되며 중국 경제에 근본적인 의문점을 던졌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월 실물경제 지표는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중국의 7월 소매판매는 3조6761억 위안(약 67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이는 전월 3.1%는 물론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4.5%)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소매판매는 백화점, 편의점 등 다양한 유형의 소매점 판매 변화를 나타내는 것으로 내수 경기의 가늠자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 소비가 기여하는 비중은 통상 60%를 웃돌 만큼 소비지출은 중국 경제의 핵심 동력이다.
이에 중국 당국은 올해 리오프닝 이후 다양한 소비 진작책을 쏟아냈지만 경기둔화와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속에 소비 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의 월간 소매판매는 기져효과 등으로 인해 올해 3월 10.6% 이후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다가 지난 6월 3.1%로 급격히 둔화됐었다.
7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대비 3.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산업생산 증가율 역시 전월(4.45)과 시장 예상치(4.5%)보다 낮았다.
중국 산업생산은 공장·광산·공공시설 등의 총생산량을 측정한 것으로 제조업 경기 동향을 반영하며 고용과 평균 소득 등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중국 수출이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앞으로도 제조업 관련 지표들의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의 6월과 7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4%와 14.5% 감소하며 두달 연속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농촌을 뺀 공장, 도로, 전력망, 부동산 등 자본 투자의 변화를 보여주는 1∼7월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7월만 놓고 보면 전월 대비 0.2% 감소해 투자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업체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과 관련 지표들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1~7월 부동산 개발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8.5% 떨어졌다. 지난해 연말 -10.0%까지 하락했다 올해 2월 -5.7% 수준으로 반짝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개발사의 자금조달(1~7월)도 11.2% 감소했다.
전국의 1∼7월 누적 분양 주택 판매 면적과 판매액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5%, 1.5% 하락했다.
7월의 실업률은 5.3%로 전달(5.2%)보다 소폭 상승했다. 다만 중국은 이날 발표에서 청년 실업률을 포함한 연령대별 실업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6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이 21.3%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신규 대졸자들이 취업 시장에 대거 유입된 7월 청년 실업률을 발표하지 않은 것이다.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올해 8월부터 청년실업률 공개를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된 이유는 경제·사회 발전으로 노동 통계를 좀 더 최적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통계 발표 중단은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경제 둔화로 취업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올여름 사상 최대 규모인 1158만명의 대졸자가 취업 시장에 가세하면 7∼8월 청년 실업률이 더욱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중국 경제 둔화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중국의 경제 악화가 미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 장관은 “중국 경기 둔화는 미국 경제에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노동조합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중국의 경기 둔화는 아시아 이웃 나라들에 가장 큰 영향을 주겠지만 미국에도 어느 정도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 전망을 좋게 본다면서 일단은 중국 경제 문제를 “리스크(위험 요인)라고 하자”고 덧붙였다.
옐런 장관의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국 경제를 두고 ‘시한폭탄(time bomb)’이라고 표현한 뒤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유타주에서 열린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과 높은 실업률 등을 지적하며 “중국은 많은 경우에서 똑딱거리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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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