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법카' 제보자 "매일 샌드위치 사갔다…눅눅하다더라"

검찰이 경기도 법인카드 등을 통해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난 19일 기소한 가운데, 의혹을 제기했던 공익제보자 조명현(전 경기도청 별정직 7급 공무원)씨가 자신이 법인카드로 음식을 사다 줬을 당시 이 대표의 반응을 폭로했다.


▲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동연(왼쪽) 경기지사가 21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못골종합시장을 방문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조씨는 지난 20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 인터뷰에서 "제가 직접 과일과 샌드위치를 사서 이 대표 자택으로 가져갔었다"며 "아침 식사로 먹고 빵이 눅눅하다고 얘기까지 하면서 샌드위치 내용물에 대한 피드백을 줬다"고 말했다.

진행자는 조씨에게 "민주당에서는 억지 기소라고 얘기한다. 이 대표가 법인카드를 쓴 것도 아니고, 사용됐을지언정 '나는 몰랐고 직원들이 한 일이다'라는 취지인 것 같은데, 어떻게 들었냐"고 물었다.

그는 그러자 "몰랐었으면 무능한 것인데, 몰랐을 수가 없다"며 "제가 처음에 제보했을 때 저는 개인이었고, 이 대표는 당시 여당 대선 후보였고 지금은 야당 대표인데, 제가 한 얘기가 거짓이고 잘못된 것이라면 이 대표나 민주당 쪽에서 저를 무고죄나 허위사실유포죄로 고발하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법인카드 사용도 지금 '몰랐다. (직원들이) 알아서 했다'고 얘기하는데 법인카드를 이재명 대표가 직접 쓸 일이 없다"며 "본인이 직접 하지 않고 알아서 해 주는 것을 묵인하고 승인하고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공무도 아닌 이 대표의 아침 식사로 매일 샌드위치를 갖고 오는데, 이 대표가 가만히 있고, 내용물에 피드백을 줄 이유도 없다"며 "그런 것(샌드위치 등)을 가지고 왔을 때 이 대표가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얘기했어야 한다. 왜 가져왔냐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저랑 마주쳤을 때도 그런 얘기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를 했고 오히려 내용물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정도였으니까 몰랐다고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앞서 19일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경기도 법인카드 등 유용 의혹'으로 기소한 데에는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물증과 더불어 최근 배우자 김혜경 씨의 기부행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중요 근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의 이번 기소는 앞서 경찰의 불송치 결정과는 다른 수사 결과이다.

이날 수원지검 공공수사부(허훈 부장검사)는 이 대표와 전 경기도 비서실장 정모 씨, 전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 배모 씨 등 3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배우자 김씨는 범행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경기도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법인카드 등 경기도 예산으로 샌드위치, 과일 및 식사 대금으로 지출하는 등 총 1억653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대표가 ▲ 관용차(제네시스) 사적 사용(6천16만원) ▲ 과일 대금에 예산 유용(2천791만원) ▲ 샌드위치 대금에 예산 유용(685만원) ▲ 세탁비에 예산 유용(270만원) ▲ 법인카드 사적 사용(889만원)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기도 법인카드 등 유용 의혹' 사건은 2022년 2월 고발이 접수되면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송됐고, 경찰은 그 해 8월 김혜경 씨와 배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이 대표에 대해선 같은 해 12월 "관여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불송치 결정했고, 검찰은 경찰이 재수사요청 사항을 불이행하자 지난해 12월 경찰에 송치를 요구해 올 1월 사건 일체를 넘겨받았다.


그러는 사이 검찰은 지난해 10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비롯한 관용차 사적 사용, 예산 유용 등 보다 광범위한 의혹에 대해 수사 의뢰도 받아 수사를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경기도청 압수수색에서 업무상 배임 혐의를 입증할 여러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은 이 대표 자택과 사무실은 제외한 경기도청 총무과, 비서실 등 사무실과 법인카드가 사적으로 사용된 곳으로 지목된 과일가게 등 10곳이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표 범행에 공무원(비서실·의전팀)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된 것으로 파악했는데, 이는 법인카드 결제나 경기도 예산이 마치 정상적으로 지출된 것처럼 허위로 작성된 서류가 압수수색으로 다수 확인되면서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의전용 관용차의 경우 이 대표의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자택 인근 행정복지센터를 차고지로 지정해 반납할 필요 없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게 하거나, 비서실에서 해당 관용차를 계속 배차 신청해 다른 부서가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주유비·세차비·과태료 등을 경기도 예산으로 지출하고, 배우자 김씨가 사적으로 관용차를 사용한 뒤 공적 용도로 운행된 것처럼 허위 운행일지를 작성해 제출한 서류들까지 모두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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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