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 들리는데 장비가 없다" 오열…사망 2만명 전망까지
“아이들이 잔해 밑에 깔려 있다. 아직 살아있고 소리가 들리는데 잔해를 치울 장비도, 구조해줄 이도 없다”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한 시리아 남성이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열하며 한 말이다. 이번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7일 기준 43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주면 사망자가 2만 명을 넘나들 수 있다는 전망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나왔다. 여기에 이 지역에 규모 4.5 이상의 강력한 여진이 80여 차례 이어지며 추가 피해가 뒤따를 수 있는 상황이다.
6일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과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에 따르면, 지진으로 인한 양국의 사망자 수가 4300명을 넘어섰다. 튀르키예 사망자 수는 2921명, 내전 중인 시리아의 정부군 점령지(711명)와 반군 장악지(740명)에선 최소 1451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는 2만 명에 육박한다.
이날 캐서린 스몰우드 WHO 유럽 담당 선임 비상대책관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수가 한 주 동안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초기 수치에서 8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뷰 당시 튀르키예·시리아 양국 사망자 수는 2600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를 토대로 한 스몰우드 비상대책관의 추정치는 다음 주 사망자가 최대 2만 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진은 6일 오전 4시17분 남동부 가지안테프 지역에서 발생했다. 진원 깊이는 17.9㎞로 상당히 얕았다. 규모 7.8의 이번 지진은 튀르키예·시리아는 물론 인근 레바논과 사이프러스·이스라엘·북아프리카·동유럽 등에서도 감지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9시간 뒤인 오후 1시24분엔 카흐라만마라쉬 지방의 엘비스탄 지역에서 규모 7.5의 여진이 발생했다. 두 진앙 간 거리는 96㎞다. 또 하루 뒤인 7일 오전 6시13분께 튀르키예 중부 지역에서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여진은 계속 이어졌다.
사망자 수는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계속되는 여진과 겨울철 추위, 눈·비가 쏟아지는 악천후 탓에 구조 작업이 더뎌지는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7일 가지안테프의 기온은 최저 영하 6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로저 무손 영국지질조사국(BGS) 연구원은 “겨울철 잔해에 갇힌 주민들의 생존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사망자가 수천명, 수만명까지 발생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파괴된 건물은 튀르키예에서만 5600채에 이른다. 정확한 피해 상황이 보고되지 않고 있는 시리아에선 건물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해졌다. 시리아 반군 측 민간구조대인 하얀헬멧 대원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건물 잔해 속에 갇혀 있다. 우리에겐 그들 모두를 구할 수 있는 장비가 있지 않다”며 안타까워 했다.
튀르키예 당국은 구조대원과 소방관·군인 등 2만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밤샘 구조 작업을 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가까스로 살아남은 주민들은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가 잔해물을 걷어치우는 등 구조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생존자들의 2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스몰우드 비상대책관은 “돌아갈 집도 없고, 끼니도 챙기지 못한 채 추위에 내몰린 이들이 과다 밀집된 보호소에서 지내다 보면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질환 등에 노출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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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