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푸틴에 "우크라 돈바스 다 줄게 전쟁 끝내자" 제안-美 매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장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영토 20%가량을 떼어주는 조건으로 종전을 제안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는 푸틴 대통령이 탐내오던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 면적과 비슷하다. 이 제안대로 전쟁을 끝내면 러시아는 2014년 불법 점령한 크림반도에 이어 우크라이나 땅 동남부를 손쉽게 장악하는 셈이다.
스위스계 독일어 일간지 노이에 취러흐 차이퉁(Neue Zürcher Zeitung)은 독일 고위 정치권을 인용해 "번스 국장이 지난달 비밀리에 모스크바를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의 평화 제안을 백악관을 대신해 전달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번스 국장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밀담을 나눈 사실은 워싱턴포스트(WP) 보도로 알려졌지만, 러시아 방문 사실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평화 제안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거부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어찌 됐든 영토를 분할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에서, 러시아는 "장기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믿기 때문에" 거부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영토 할양을 제안했지만 거부되자, 우크라이나에 에이브럼스 탱크 지원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매체는 부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자는 입장이지만, 어떻게 처리할지 각론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번스 국장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에 집중하기 위해 어떻게든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토니 블링컨 외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러시아로 인해 미국의 규칙기반 질서가 파괴되지 않도록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번스·설리번 안을 타진했지만 양측의 거부를 받자 블링컨·오스틴 안이 채택된 셈이다.
결국 미국도 이제는 우크라이나에서 장기적인 소모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는 게 유럽의 시각이다. 이처럼 미·러 모두 소모전을 택하면 경제·재정·군사적 피해가 확대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미 뉴스위크에 따르면 숀 데이벳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대변인은 해당 보도를 "정확하지 않다"고 부인했다.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주유엔 러시아대표부 제1부대사도 뉴스위크에 "NZZ 보도는 흥미롭지만 추측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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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