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은 가까운 이웃" 하루 만에 '방역 보복'… 한중관계 안갯속
한중 외교장관들 간의 새해 첫 통화에서 '협력'을 얘기했던 중국이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보복'으로 돌아섰다. 중국 당국이 자국발(發) 입국자들에 대한 우리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조치를 문제 삼아 우리 국민들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주한중국대사관은 10일 "중국 국내 지시에 따라 오늘(10일)부터 대사관 및 총영사관은 한국인의 중국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중국 국내'란 상급기관인 중국 외교부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사관은 특히 "이번 조치는 중국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 취소 상황에 따라 조정할 예정"이라고 언급, 우리 정부의 중국발 입국자 대상 방역 강화 조치에 따른 대응임을 숨기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세가 뚜렷해지자 이달 2일부터 중국발 한국행 단기 비자 발급과 항공편 추가 증편을 제한하고 있다. 또 정부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선 입국 48시간 전 유전자증폭검사(PCR) '음성' 결과 제출 및 입국 후 코로나19 검사도 의무화한 상황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해외 입국자 가운데 중국발 단기 체류 외국인의 코로나19 양성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9~10일엔 중국발 일일 입국자의 양성률이 각각 3.9%와 5.5%로 한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그 전까진 계속 두 자릿수였다. 2일 이후 중국발 입국자의 누적 양성률은 17.5%에 이른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방역 강화조치가 "객관적·과학적 근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전날 오후 이뤄진 친강(秦剛) 신임 중국 외교부장의 첫 통화에서 이 같은 점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한다.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방역 강화 조치 시행 이후에도 중국발 입국자의 코로나19 확진률이 높은 상황에서 이를 완화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한국에 입국하는 중국인들이 한국의 방역수칙을 잘 준수할 수 있도록 적극 계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친 부장은 박 장관과의 통화에서 우리 측의 방역 강화 조치에 "우려"를 나타내며 오히려 "한국이 객관적·과학적인 태도를 갖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우리 정부의 관련 조치가 중국 측에서 보기엔 '객관적이거나 과학적이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우리 정부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강화 조치를 풀지 않는 한 우리 국민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계속 중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국 당국은 이날 우리나라와 같은 이유로 일본에 대해서도 중국행 신규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중 외교장관 간 통화가 끝나자마자 중국 당국이 '보복' 조치를 취했다"며 "이는 자신들의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임 교수는 특히 "중국의 비자 발급 중단이 표면적으론 방역 강화 조치에 대한 불만 때문이지만, 우리 정부의 대(對)중국 정책 전반에 대한 불만도 담겨 있는 것 같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우리 정부는 작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동맹 강화·발전'을 외교 분야 최우선 목표로 삼아 미국과의 접촉면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중국 측의 직·간접적인 '견제'에도 불구하고 미 주도 역내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창립멤버로 참가한 데 이어,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칩4) 참여 논의를 진행 중인 사실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우리 정부는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도 공개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연계'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미국의 인·태 전략은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데 그 목표가 있단 평가를 받는다.
친 부장은 박 장관과의 이번 통화에서 "중국과 한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동반자"라며 한껏 의미 부여했으나 올해 한중관계 전망은 오히려 더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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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