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시위 참여자 첫 공개처형…이란, 23살 시신까지 공개
이란이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0대 시위 참여자를 공개 처형했다. 유럽은 이에 항의해 곧바로 추가 제재로 맞섰다.
이란 당국은 12일(현지시각) 북동부 도시 마시하드에서 마지드 레자 라흐나바르드(23)의 사형을 집행한 뒤 시신을 대중에 공개했다고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그가 손이 뒤로 묶인 채 흰 옷을 입고 교수형을 당해 크레인에 매달려 있고, 주위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모습이 찍힌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있다. 이런 공개 처형은 대중에게 공포를 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끌려갔다가 의문사한 뒤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란 전역에서 계속되고 있다. 시위 참가자에 대한 사형 집행은 지난주에 이어 두번째다. 앞서 지난 8일엔 20대 청년 모셴 셰카리가 보안 요원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처행됐다. 그러나 사형 집행을 대중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흐나바르드 가족은 사형 집행을 미리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그의 가족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그의 무덤에 꽃을 가져다 놓고 슬피 울고 있다. 라흐나바르드 같은 정치범은 통상 혁명 재판소에서 재판을 받는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단체 ‘이란 인권’(IHR)의 관계자는 “체포 23일 만에 젊은 시위 참여자를 공개 처형한 것은 이란 지도자들의 또 다른 심각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 외교이사회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어 이란인 24명, 관련 기관 5곳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 이들 가운데 20명과 기관 1곳은 이란 시위 진압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와 연루된 경우이다. 이란 국영 <이란이슬람공화국방송>(IRIB)과 대표 페이만 제벨리 등 방송국 관계자 3명도 이번 제재 대상에 올랐다. 유럽연합은 이란이슬람공화국방송이 이란 정권을 대변하는 방송사로 협박과 극심한 폭력을 통해 받아 낸 정부 비판 인사들의 ‘강제 고백’을 방영하는 등 인권침해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 이란 보수 강경파 종교지도자인 세예드 아흐마드 카타미 등 성직자를 비롯해 이란군 장성 등 고위인사들도 다수 포함됐다. 나머지 개인 4명 및 기관 4곳은 러시아에 대한 드론 공급 등 군사 지원에 관여한 이유로 추가 제재 대상에 올랐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외교이사회 회의에 앞서 “이란은 유럽연합이 이란 여성과 시위 참여자를 지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하고 당연히 사형 집행에 반대할 것이란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이란에 대한 매우 강력한 제재 패키지를 승인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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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