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내려와!" 들끓는 中 민심…'강경진압' 경계하는 국제사회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저항하는 반정부 시위가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확산하고 있다. 긴장한 중국 당국은 도심 곳곳에 공안을 대거 배치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과잉 대응 논란이 불거지자 국제사회는 일제히 평화적 시위를 보장하라며 경고음을 울렸다.

CNN 등에 따르면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본토 내 최소 15개 지역에서 중국 당국의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20건 이상 벌어졌다. 3년 가까이 계속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중국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11월 27일 중국 베이징 도심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봉쇄정책에 항의하는 백지시위를 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봉쇄된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가 촉매제였다. 지난 24일 발생한 이 사고로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문제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아파트를 봉쇄하기 위한 설치물들이 신속한 진화를 방해했다는 주장이 급속히 퍼져나갔다.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시민들은 아무것도 적지 않은 흰 종이를 들고 나섰다. 이른바 '백지 시위'다. 검열과 통제에 저항한다는 의미로 아무런 구호를 적지 않은 종이를 들고 거리에 나서는 백지 시위는 2020년 홍콩 내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때도 등장했다. 상하이에서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은 AFP통신에 "종이에는 분명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지만, 우리는 백지 종이가 무슨 내용인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에서는 봉쇄 완화나 해제 요구를 넘어 "시진핑 퇴진하라" "공산당 물러나라"는 구호까지 나왔다.

중국 당국은 시위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베이징과 상하이, 항저우, 난징 등 주요 도시에 공안을 대대적으로 배치해 삼엄한 경계에 돌입했다. SNS를 통해 시위가 계획됐지만 군중들은 한곳으로 모이지 못했고, 쇼핑몰은 일찍 문을 닫았으며 행인들에 대한 검문도 이뤄졌다. 상하이 도심에도 공안이 거리 곳곳에 배치됐으며, 주말 시위대가 몰렸던 우루무치중루엔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출입 자체가 금지됐다.

공안은 주민들의 스마트폰에 트위터나 유튜브, 텔레그램 등 중국에서 사용이 금지된 앱이 깔려있는지까지 확인했다. 공안이 거리에서 학생들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영상과 사진은 중국 SNS를 통해 퍼졌다. 중국에선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하면 금지된 앱에 접근할 수 있지만 VPN을 쓰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시위 추이를 주시하는 건 중국 정부뿐만이 아니다. 미국 등 서방은 상황을 주시하며 중국 당국의 강경 진압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8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시민들이 이슈가 되는 정책이나 법, 명령에 대해 모여서 평화적으로 항의하는 권리는 허용돼야 한다"며 "우리는 평화로운 시위 권리를 지지하며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시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중요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유사시 침묵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읽힌다.

영국에서도 중국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 메시지가 나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상하이 시위를 취재하던 자국 BBC 기자가 현지 공안에 붙잡혀 구타당한 사건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날 주요 외교정책 연설에 나선 수낵 총리는 "중국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BBC 기자를 폭행하는 등 강력 탄압하는 것을 택했다"며 "중국은 우리의 가치와 이익에 체계적인 도전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방과의 교역을 통해 중국의 정치·사회 개혁을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은 순진한 발상이었다. 영국과 중국의 황금시대는 끝났다"며 대중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유엔은 중국 정부에 절제된 대응을 요구했다. 로런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대변인은 이날 "평화적으로 의견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아무도 임의 구금돼서는 안 된다. 우리는 중국 당국에 국제인권법과 기준에 따라 시위에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이 시민들의 우려에 대응하는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며 "시민 권리를 제한할 경우에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제한할 때에도 별도로 권리 보호 장치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방 언론들도 중국 내 시위 상황을 주요 뉴스로 다루며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CNN은 "공산당이 삶의 모든 측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반대 의견에 대한 전면적인 탄압을 실시하며 시민사회를 말살하고 첨단 감시국가를 구축한 중국에서 대중의 공개 항의는 극히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민심의 반발이 '제로 코로나' 정책의 조기 변화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이는 불확실성이 크다. 정김와 홍콩 공대 교수는 가디언에 "사람들이 불합리한 코로나19 조치에 인내심을 잃었고 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도 "시위가 조직화하지 않은 만큼 중국 정부에 대항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부정적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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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