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백신 맞으면 새 변이에도 안전"
원조와 오미크론 모두에 대한 항체 생겨
오미크론 2가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 새 변이가 출현했을 때에도 보호망을 제공해줄 수 있음을 시사하는 2개의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생물학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발표된 오미크론 2가 백신과 돌파감염이 인간면역체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두 논문의 내용을 토대로 한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오미크론 변이가 출현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를 돌파 감염시키기 시작한 뒤 제약사들은 앞 다퉈 오미크론 전용 백신 개발에 나섰다. 지난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오미크론 변이인 BA.4와 BA.5 변이와 원조 변이를 모두 예방해준다는 의미의 2가 부스터(추가접종) 백신을 승인했다. 9월에는 유럽 규제 당국이 BA.1 오미크론 변이를 겨냥한 부스터의 사용을 승인했다.
최근 데이터는 오미크론을 겨냥한 이런 백신이 원조 백신의 면역 각인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 중심에는 B세포로 불리는 면역세포가 있다. 미국 라호야 면역학연구소의 셰인 크로티 연구원(바이러스학)이 '불 꺼진 항체 공장'에 비유한 B세포는 오직 한 종류의 항체를 생산한다. 알려지지 않은 병원체를 접한 면역체계는 항체가 새로운 침입자와 가장 비슷한 항원을 인식하는 기존의 B세포를 활성화시킨다. 특정한 새로운 위협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항체를 만들 수 있는 B세포도 보유하고 있지만 그 숫자는 제한적이다.
'항원 원죄'로도 불리는 면역 각인은 다른 변이의 후속 공격에도 면역체계가 처음 접한 병원체의 원형을 고수하는 것을 말한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우리의 면역체계가 SARS-CoV-2(코로나19 바이러스)의 원조 바이러스에만 반응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실제 오미크론 같은 변이가 원조 바이러스를 겨냥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민첩하게 회피하는 이유도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런 각인 효과 때문에 2가 부스터의 효과에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2가 부스터로 인해 면역 체계가 반응할 때 오미크론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항체를 만드는 B세포를 생산할 수도 있지만 대신 원조 바이러스가 각인된 B세포를 오미크론 맞춤형으로 전환시킬 수도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WUSTL)의 알리 엘르베디 교수(면역학)는 이를 "우리 군대를 새로 징집한 병사로 채우느냐 옛 참전용사를 소집해 재훈련시키느냐"는 차이에 비유했다.
첫 번째 논문을 발표한 엘르베디 교수 연구진은 이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코로나19 백신제조업체인 모더나의 지원을 받아 26명의 림프절 샘플과 15명의 골수 샘플을 수집했다. 이들은 모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오미크론 BA.1을 겨냥한 모더나의 부스터까지 접종한 사람들이었다. 분석 결과 이들의 B세포는 원래의 균주와 오미크론 균주를 모두 인식했다. 이들은 또한 오미크론 맞춤형으로 특화된 B세포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반응은 세포가 각인을 극복하고 새로운 적에게 적응했음을 시사한다.
두 번째 논문의 연구진은 원조 백신 접종에도 오미크론에 돌파 감염된 사람 6명의 샘플을 분석했다. 오미크론 감염 후 한 달 됐을 때 이들 항체의 97%는 오미크론보다는 원조 바이러스에 더 잘 반응했다. 하지만 감염 후 6개월 됐을 때는 이들의 B세포 중 거의 절반은 원조 바이러스보다 오미크론에 더 잘 결합하는 항체를 생산했다. 우리의 면역체계가 감염되고 난 뒤 적응된 반응을 보여준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두 번째 논문의 공동 저자인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의 제시 블룸 연구원(컴퓨터 바이러스학)은 "우리의 면역체계가 각인이 이뤄진 이후에도 새로운 변이에 맞춰 적응된 반응을 보인다는 좋은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백신이 생산하는 항체를 회피하도록 진화하더라도 당시 유행하는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부스터를 설계하는 건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왜냐하면 새로운 변이는 원조 바이러스나 그에 맞춰진 백신 보다는 바로 직전까지 유행한 바이러스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두 가지 논문은 우리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만큼 창의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안겨준다고 크로티 연구원은 밝혔다. 그는 "우리의 면역체계는 수백만 년의 경험을 통해 하나의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가까운 미래에 그 바이러스의 친척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록펠러대의 미셸 누센스위그 교수(면역학)는 그보단 회의적이다. 블룸 연구진 논문의 표본 크기가 너무 작은데다 새로운 항체가 실제 새 변이를 막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그가 발표한 논문은 오미크론에 감염될 경우 우리의 항체가 모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니라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항체만 만든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들 3개 논문의 저자들의 결론은 동일했다. 새로운 변이로부터 보호해줄 부스터를 개발할 때 개별 변이에 항체보다 더 다양한 항체를 만드는 방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크로티 연구원은 "우리가 부스터 없이 아주 오랫동안 지낼 수 있기를 바라지만 운전석에 앉아 있는 건 바이러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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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