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세 역전 가능성 커졌다..러시아 침공 "결정적 시기"
우크라이나 동남부 바라클리아 첫 탈환
"러군 남부 이지움에 고립 사태" 목전
장기전 양상에 러,서방 혹독한 시험대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2월 개전 후 러시아가 줄곧 점령해 온 동남부 주요 도시들을 잇달아 탈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수도 키이우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퇴각시킨 올 3월 이후 처음으로 전세 역전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최근 동부 하르키우와 남부 이지움 사이의 요충지 바라클리아를 처음 수복했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 반년이 된 동부 도시의 탈환은 우크라니아 반격이 성공하고 있다는 징표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국민과 군의 사기도 크게 고무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날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바라클리아 탈환 영상도 큰 관심을 모았다. 이 영상에는 바라클리아 지방정부 청사 옥상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게양되자, 군인과 주민들이 “러시아 점령군이 철수했다”고 환호하는 모습이 담겼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동남부에서 1000㎢ 크기의 영토를 수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의 인천광역시 면적과 맞먹는다.
앞으로 수일 내 또 다른 승전보도 기대된다. 우크라이나군은 하르키우주의 러시아군 주요 보급 도시인 쿠피안스크로 진격 중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 방어선을 뚫고 쿠피안스크를 되찾으면 이 지역 러시아군 상당수가 남부 이지움에 고립되는 상황에 처한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수일 내 우크라이나군이 쿠피안스크를 탈환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러시아군의 지상 보급선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점쳤다.
영국 국방부도 이날 “이지움 주변의 러시아군이 점차 고립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쿠피안스크를) 장악하면 (도시가) 돈바스 전선의 보급로에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동남부에서의 반격 성과가 전세 역전의 가능성으로, 러시아에는 키이우 철군 이후 가장 큰 패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WSJ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군사 지원으로 영토를 되찾을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에 당황한 러시아는 하르키우 중심으로 병력 보충을 서두르고 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에는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방향으로 장갑차와 병력을 이동시키는 모습이 담겼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전쟁이) 결정적인 시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개전 후 두 번째로 키이우를 전날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0억 달러(약 2조 7700억원) 규모의 군사지원을 약속했다.
블링컨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에너지를 비롯해 모든 수단을 사용해 동맹국들의 의지를 꺾으려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전세계에서 푸틴 공격에 대항하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대항하지 않을 경우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겨울이 다가올수록 우크라이나 전황은 더 복잡해지고, 위협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강도높은 서방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도 올겨울까지 수개월간 에너지난과 생활고 등으로 동맹국간 단일대오의 시험대에 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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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