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여왕의 시대' 끝난 英..국가 가사부터 다 바뀐다

'신이여 여왕을 보호하소서' 왕으로 변경
지폐·동전 110조어치 얼굴 교체..최소 2년 소요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70년 넘게 장수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영국은 '신이여 여왕을 보호하소서(God Save the Queen)'란 국가(國歌) 가사부터 공공기관 깃발, 지폐와 동전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 교체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 2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여왕의 서거와 찰스 3세의 즉위에 따라 영국 국가인 '신이여 여왕을 보호하소서'의 제목과 가사는 '여왕(Queen)'에서 '왕(King)'으로 교체가 예상된다. 이 노래는 1745년부터 국가로 사용됐으며, 당시에는 국왕인 조지3세에 맞춰 "위대한 우리 조지 왕을 지켜 주소서"라는 노랫말로 불렸다.

여왕의 얼굴이 그려진 파운드화 지폐와 동전도 교체 대상이다. 1960년 1파운드짜리에 엘리자베스 2세 얼굴이 처음 들어간 이래 현재 여왕 얼굴이 새겨진 채 유통되는 파운드 화폐는 총 80억유로(약 110조3000억원) 규모다. 앞서 50파운드짜리 신권 발행 시 구권을 전부 회수하는 데에 16개월이 걸렸던 점에 비춰보면, 전체 화폐를 교체하는데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기관에 내걸린 깃발들도 교체가 예상된다. 경찰서나 소방서 등 관공서에 나부끼는 각종 기치를 보면 엘리자베스 2세를 상징하는 문장과 영어 약자 'EIIR(Elizabeth Ⅱ Regina)'가 새겨져 있다. 각 군부대를 나타내는 깃발 '퀸스 컬러(Queen's Colour)'의 문양에도 왕실 휘장과 함께 금빛으로 장식된 EIIR이란 글자가 포함돼 있다. 앞으로 찰스 3세를 상징하는 문장으로 바뀔 예정이다.

영국 군주가 가는 곳마다 내걸리는 왕실 깃발인 '로열 스탠더드(Royal Standard)'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4개 직사각형 문양이 합쳐진 형태인 현 로열 스탠더드는 영국을 구성하는 잉글랜드(사자 3마리)·스코틀랜드(사자)·아일랜드(하프)의 상징을 각각 담고 있으나 1959년 독자적 국기를 제정한 웨일스는 빠져 있는데, 다음 왕이 웨일스를 포함한 깃발로 다시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이외에 영연방 국가들도 수장 표현을 바꿀 전망이다. '여왕'을 국가 수장으로 인정하는 영연방 14개국 중 이를 헌법에 못 박아놓은 나라들은 찰스 3세가 즉위하면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해 '여왕'이란 표현을 '왕'으로 수정해야 할 상황이다. 수정 작업이 늦춰질 경우, 새 영국 왕이 파푸아뉴기니나 솔로몬제도, 투발루, 바하마, 그레나다 등 국가의 총독을 임명할 때 법적 권한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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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