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골프장 '그린피 2만원'에 꼼수예약..적자 부담은 국민 몫

세금 투입되는데 '고위직 특혜' 논란까지
불공정 예약 차단.. '커트라인 제도' 도입
매년 수억원대 적자까지.. "요금 인상해야"

'경찰 골프장'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이 계속되면서 경찰청이 운영 제도를 일부 보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종의 '예약 커트라인'을 도입한 것인데, 장기적으로는 이용료 인상과 같은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내에 위치한 체력단련장의 전경.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경찰청은 '체력단련장' 명목으로 경기 용인시(28만6214㎡)와 충남 아산시(40만㎡) 등 2곳의 골프장을 운영중이다. 두 골프장은 각각 9홀 규모지만 클럽하우스, 그늘집 시설까지 갖췄다. 이용료는 현직자(정회원) 기준 2만원으로, 회원제 골프장의 주말 그린피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저렴한 이용료 때문에 경찰 골프장은 꾸준히 크고 작은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에는 아산 골프장에서 100건이 넘는 '고위직 예약 특혜'가 드러나며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이뤄지기도 했다. 현직 경찰들은 이같은 예약 특혜는 물론 일상적인 '꼼수 부킹'의 문제도 많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 골프장은 저렴한 이용료 때문에 현직 경찰 사이에서도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다. 주말의 경우 33~37개 정도의 시간대를 추첨하는 데 수백팀이 몰리기도 한다. 여기에 매년 발생하는 수억원의 운영 적자는 고스란히 세금으로 보전되고 있다.


예약은 경찰청 훈령에 따라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회원마다 25점이 배정되고, 골프장을 이용할 때마다 1점씩 차감된다. 예약 때 본인과 동반자를 합친 4명의 점수가 높을수록 추첨 확률이 높아진다. 이용 경험이 적을수록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배분하는 구조다.


'점수제' 시스템은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됐지만, 꼼수가 가능하다. 평소 골프를 치지 않아 점수가 높게 남은 회원의 명의로 당첨된 뒤 이용자를 바꿔버릴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계급 사회인 경찰 조직에서 상사가 후배에게 '대리 예약'을 강요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일선 경찰들의 전언이다.

물론 예약을 거래하거나 타인의 명의로 예약을 시도하면 '이용 정지 12개월' 처분이 내려지는 규정은 있다. 다만 당사자가 신고하지 않는 이상 대리 예약을 적발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경기남부경찰청에 근무 중인 한 경찰관은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은 팀장이나 과장의 요구로 대신 예약을 해주기도 한다"며 "명색이 경찰인데 억지로 편법을 쓸 때마다 불편하고 찜찜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무래도 골프를 즐기는 건 간부급이 많은데 과연 보편적인 복지인지 소수를 위한 시설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수원 지역 경찰서에 근무하는 또 다른 경찰관은 "군(軍) 골프장처럼 수를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비용을 합리적인 선에서 올리면 수요가 조절되지 않겠느냐"며 "이용자마다 연 최대 이용 횟수를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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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