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홍 제대로 봉합 안 하면 민심 잃고 총선은 필패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뒤 첫마디로 “제가 해야 할 일은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고 했다. 전 정권과 비교우위를 내세우며 핏대를 세우던 한달 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휴가 중에 받아든 20%대 지지율의 추락이 충격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국민의힘도 급히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면서 내홍 수습에 속도를 내려 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빠져나간 국민 지지를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대통령 지지율 20%대는 정파를 떠나,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게 하는 위험한 수준이다. 이 숫자에 가장 민감한 이들은 윤 대통령 자신보다도 1년8개월 뒤 총선을 앞둔 사람들일 것이다. 여당 물밑에선 윤 대통령의 위상에 금이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취임 석달 만에 ‘강부자·고소영’ 인사 편중 논란과 광우병 촛불시위로 지지율 21%(한국갤럽)까지 떨어졌다가 이듬해 40%대까지 회복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례를 들어 윤 대통령의 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들도 자신없어 한다. 위기의 근원인 윤 대통령과 ‘윤핵관’이 변화할 거라고 못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재의 당 처지를 국민의 힘은 ‘절박한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고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시켰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21대 총선 참패 후 구성됐던 ‘김종인 비대위’ 이후 1년 2개월 만에 다시 비대위 체제로 전환됐다.
국민의힘은 9일 오전 전국위원회를 열고 권성동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당헌 개정을 우선 상정한 뒤 오후에는 다시 전국위를 열어 비대위원장 인선안을 상정했다. 그 사이 비공개 화상 의원총회를 열어 5선의 주호영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추인했다.
집권 100일도 되지 않아 비대위로 전환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주호영 호’는 극심한 당 내홍을 수습하고 여권 지지율이 연일 추락하는 상황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을 되살려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비대위는 전당대회로 넘어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이후 선출되는 지도부는 2년의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놨다.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비대위가 구성된 다음 열리는 전당대회이기 때문에 2년 임기를 가진 온전한 지도부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기 전대로 치러지게 되면서 이미 하마평에 오른 후보들의 마음은 바빠졌다. 국민의힘 당 대표에 나설 인물로는 김기현ㆍ안철수ㆍ정진석ㆍ주호영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번 조기 전대는 특히나 치열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당선된 대표는 2024년 총선의 공천권을 갖기 때문이다.
당권의 가장 큰 변수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유력하다는 당권 주자들 역시 친윤계이거나 윤 대통령과의 정치적 교분을 내세우고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처음 열리는 전당대회라는 점도 '윤심'이 강력하게 작동하게 만들 수 있는 동기다.
현재 국정지지도는 부진하지만 윤 대통령이 당에 끼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이번 여당의 내홍 과정에서 보듯 친윤계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고 그 세력도 여전히 막강했다. 당 대표 본경선은 당원 70%, 국민 30% 비율로 선출한다. 민심보다 중요한 게 당심이고 따라서 조직적인 지원을 받는 후보가 보다 당권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의 낙점을 받은 후보가 유리할 거라는 게 정설이다.
당 안팎에서는 ‘9월 말~10월 초’ 전대와 ‘내년 4월 전·후’ 전대로 의견이 양분된 상태다. 표면상으로는 최대한 빨리 새 지도부를 세워 당 혼란 상황을 수습하는 것이 우선이란 논리와 9월 정기국회와 10월 국정감사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지만 그 속의 셈법은 복잡하다.
전대 시기가 늦춰지면 그만큼 당권 도전이 가능한 후보군이 많아지기 때문에 일찍이 당권 도전에 뜻을 둔 이들에게는 경계할 지점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로는 조기 전대는 올해 안에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 윤대통령 지지율이 20% 후반에 머물러 있어 이를 반등 시킬 계기가 필요하기에 친윤계는 2개월 임기의 '관리형’ 비대위를 두고 빠르게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그간 주장해 왔다. 이 대표의 복귀일(1월 9일)보다 빠르게 전대를 끝내고 새 지도 체제를 정비하길 원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만약 친윤의 계획대로 두 달 뒤인 10월에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시점에 윤 대통령 지지도가 어느 정도 회복한다면 윤심의 영향은 당권 경쟁에 보다 크게 발휘될 수 있다. 반대로 지금처럼 20%대에서 탈출하지 못한다면 친윤 색채가 짙은 후보일수록 마이너스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비상대책위까지 출범시키게 된 작금의 상황은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인한 인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대통령 문자 노출 사건이 없었다면 이준석 몰아내기의 정점인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어떻게 이르렀을지 의문이 들며 가까스로 탄생한 비대위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전당대회는 언제 할지 등 여전히 불확실투성이다. 당을 혼란에 빠뜨린 주 원인이나 그 혼돈의 주요 발원지였던 권 원내대표는 뚜렷한 설명도 없었고 권력의 중심부에서 물러남 없이 자리를 보전했다. 윤핵관들에 대한 국민의힘 내부의 비판 분위기는 이러한 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실력도 없고 책임감도 없는데다 오만하기까지 하다”는 수군거림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이 와중에 대통령실은 어떠한 행동을 보였는가. 대통령이 정치 경험이 다소 부족하다면 그에 맞는 참모라도 그 약점을 보완하도록 구성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책 대신 윤 대통령은 인사, 법률, 공직기강, 총무 등 핵심 보직을 검찰 인사로 채웠다. 정치경험과 정부조직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면서 여야, 각 부처와 소통할 수 있는 참모는 눈씻고 찾아봐도 안 보인다. 대통령이 되기전 수십년 몸담았던 검찰 조직의 사람들을 데려오면 대통령실의 모든 업무가 검찰조직처럼 운영되어 국정도 일사불란하게 잘 돌아갈 거라고 생각한 것인가. 박순애 교육부 장관 낙마 사태는 대통령실이 인사부터 정책, 정무, 홍보에 이르기까지 시스템으로 작동하지 못해 빚어진 참사다. 취임 석달 만에 국민 10명 중 7명이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면 지금 진용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 게 상식적이다.
결국 윤 대통령 스스로 변해야 한다. 취임 100일은 대통령의 직분과 대통령실의 역할을 다시금 무겁게 새겨볼 좋은 계기다. 대통령실 인선을 다시 한번 점검하여 정말 대통령실에 필요한 참모로 재구성해야 할것이며 내각또한 쇄신해야 한다. 또 이번 국민의힘 내홍의 중심에 서있는 윤핵관의 2선 후퇴를 통한 여당내 갈등봉합, 야당과 협치 등이 모두 윤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 내후년 총선 때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간판을 등에 업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계속 자문해봤으면 한다. 국민 다수의 마음을 얻는 길도 그 질문과 닿아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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