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이재명 대표, 이제는 협치의 선봉에 나서길
더불어민주당 새 당대표에 이재명 의원이 선출됐다.
이 의원은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대의원대회에서 최종 합산 득표율 77.77%를 얻어, 박용진 의원(22.23%)을 꺾고 1위에 올랐다. 민주당은 △권리당원 투표(40%) △대의원 투표(30%) △일반국민여론조사(25%) △일반당원여론조사(5%) 결과를 합산해 당대표를 선출했다. 이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78.22%)·일반국민여론조사(82.26%)·일반당원여론조사(86.25%) 등에서 박 의원을 압도했다. 다만 이날 에이알에스(ARS) 전화로 진행된 대의원 투표에서는 이 의원(72.03%)과 박 의원(27.97%)의 다소 격차가 줄었다.
이 의원의 최종 득표율은 민주당 계열 대선·당대표 경선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대선 경선까지 포함한 최고 득표율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의 대선 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얻은 77.5%다. 당대표 경선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2년 전 전당대회에서 기록한 60.77%다.
이 대표의 우선 과제는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에 대한 대처다. 대장동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법인카드 유용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 쌓여 있다. 몇몇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 당헌만 놓고 보면 이 대표가 기소될 경우 당직이 정지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치 탄압으로 인정되면 당 대표가 주도하는 당무위원회에서 이를 취소할 수 있게 전당대회 직전 당헌을 바꿨다. 한 차례 부결된 당헌 개정안을 이틀 만에 재상정해 무리하게 밀어붙였다.
이 때문에 ‘이재명 민주당’ ‘방탄 당헌 개정’ 등 비판이 거셌다. 혹여라도 ‘정치 보복’ 이라는 주장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면 사당화 논란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야권에서 당장 “사법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것은 민심의 거센 역풍을 그만큼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의원직과 대표직을 차지한 것이 아님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아울러 개딸이라 불리는 팬덤정치, 수시로 튀어나오는 막말정치와도 결별하기 바란다.
초반부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압도적 흐름을 보인 판세에 이변은 없었다. 대선과 연이은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에 대한 당내 반발은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의 열성적 목소리에 묻혔다. 이 신임 대표는 2년간 민주당을 이끌며 차기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특히 국회 169석의 거대 야당 대표로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고, 정치 쇄신과 협치를 실현해야 할 책무를 동시에 안게 됐다.
이 대표가 무엇보다 유념해야 할 대목은 코로나로 피폐해진 민생과 글로벌 경제 위기에 직면한 나라 살림을 돌보는 데 여야가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난이라는 긴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서민의 살림살이는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의 융단 폭격에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정부 여당의 잘못과 독주에 대해선 야당 대표로서 그 역학을 다해 그것에 응당 견제가 필요하겠지만, 민생 입법에는 서로 손을 맞잡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새로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강성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대여 관계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강성 인사에게 좌우돼선 안 된다. 쇄신을 통해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야당도 국정에 절반의 책임이 있다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이 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민생을 위해 “영수회담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이제는 협치의 물꼬를 트는 가시적 조치가 조속히 나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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