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대통령 문자 유출 파문
“통합추진단장으로 원유철 의원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원 의원은 유승민 의원과 신뢰 관계가 없습니다. 원 의원은 유승민 의원이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원내대표에서 물러날 때 청와대 편에 섰던 인물입니다. 유 의원과 속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김무성 의원이 적격입니다.”
2019년 11월 11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세미나 중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권성동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의 휴대전화 화면에 포착된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보수통합을 추진할 인물로 ‘원유철 카드’는 안 된다고 조언하면서 ‘김무성 카드’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내용이다. ‘배신의 정치’ 논란이 일던 당시 권 의원의 문자 노출을 두고 큰 논란이 일었다.
이 같은 문자 노출 이력이 있는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또 텔레그램 메시지를 노출했다.26일 오후 대정부질문이 진행 중이던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 대행과 윤석열 대통령이 텔레그램 메신저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내용이 국회 사진기자단 카메라에 포착됐다.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적힌 발신자가 이준석 대표를 향해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다.”고 썼다.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고도 했다.
필자는 이것이 궁금하다. 이번 문자 노출은 ‘실수’일까, 의도된 ‘노출’일까?
정치권 일각에선 “권 대행이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노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중징계 이후에도 전국을 돌며 당원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이 대표에 대해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시각이다.
경위야 어찌됐든 언론에 메시지를 노출되게 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중대한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26일 언론 보도 뒤 사과문을 올렸던 권 대행은 이튿날인 27일 오전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사과했다. 권 대행은 “사적인 문자 내용이 저의 부주의로 인해서 유출 공개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당원 및 국민 여러분에게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대행은 그러면서도 “사적인 문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권 대행은 “사적인 문자가 본의 아니게 유출됐기 때문에 그 내용에 대해선 확인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한다. 제 프라이버시도 보호받아야하기 때문”이라며 추가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이후 이날 모든 일정에서 기자들과 만났을 때도 관련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더 큰 문제는 권 대행이 구설에 오른 게 이번 한번만이 아니란 점이다. 권 대행은 대통령실 9급 행정요원 우모씨를 둘러싸고 ‘사적 채용’ 논란이 커졌던 지난 15일 “장제원 의원에게 (내가) 압력을 가했다”거나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이더라” 등의 발언을 해서 청년층의 감정을 건드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권 대행은 또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합의를 했다가 여론의 반발로 번복한 일도 있다. 재선 의원은 “권 대행의 메시지가 삐끗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내부적으론 권 대행에 대해 부글거리고 있지만 이날 여권 인사들은 공개 비판을 자제했다. 차기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이 주도하는 공부 모임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적인) 문자를 공개하는 게 좋은 일은 아니다.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그걸 가지고 여기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정진석 국회부의장도 “소이부답(그저 웃기만 하고 답을 하지 않는다)”이라며 말을 아꼈다. 원내지도부도 “사적 공간에서 이뤄진 문자 메시지며, 정치적인 확대해석은 부적절하다”(성일종 정책위의장)거나 “우발적으로 발생한 해프닝”(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이란 말로 논란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도 “문자메시지에 대해 확대해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문자 메시지 노출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내부총질’ 당사자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오해의 소지 없이 명확하게 이해했다”며 대통령과 권 대행을 향해 겉과 속이 다르다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 직격했다. 문자 노출이 실수든, 의도했든 간에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더 이상의 내분은 일어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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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