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간 러 외무 "식량난은 서방 탓"

우크라 전쟁 美 등에 책임 전가
러産 의존 높은 국가 규합 노려
우크라 親러정권 교체도 공식화

아프리카를 방문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뒤 심화한 세계 식량난을 서방 탓으로 돌렸다. 러시아산 식량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 국가를 규합해 서방에 맞서려 한다는 분석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아랍연맹(AL) 회원국 대표들과 만나 연설하고 있다. 그는 “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라고 공언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 4개국 순방을 위해 이집트 카이로를 찾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아랍연맹 회원국 대표와의 만남에서 “서방이 세계 식량 안보에 미치는 제재의 영향에 대한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식량난이 서방의 러시아 제재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곡물 수출 합의에 반대하지 않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격파할 때까지 협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미국 등 서방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의 서방 책임론은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해 식량 위기에 몰린 아프리카를 우군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전체 밀의 40%를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산에 의존한다.

라브로프 장관은 순방 전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 4개국 신문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우리는 아프리카 동료 국가들이 국제사회 내 단극적 세계질서를 강요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시도를 거부할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라브로프 장관의 이번 아프리카 방문 시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에 동의한 직후다. NYT는 “라브로프 장관은 이번 순방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식량 부족에 대한 책임을 서방 탓으로 돌리고, 아프리카를 러시아의 충실한 동맹국으로 만들려 한다”고 전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국민과 역사에 매우 적대적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확실하게 돕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친러 정권으로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공식화한 셈이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오데사항 포격에도 곡물 수출 준비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인프라부 장관은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 항구에서 농산물 수출 개시를 위한 기술적인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영방송 수스필네는 이날 러시아의 미사일이 오데사항의 곡물 저장지를 타격하거나 큰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고 우크라이나군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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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