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풀자면서 또 조건내건 日총리.."그 문제부터 해결돼야"
아시아안보회의 참석해 "한국과 대화하겠다"..다만 강제징용·위안부 등 역사 현안 선결 강조한일 정상 이달 29~30일 나토 정상회의서 대면 가능성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석열 정부와 대화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한일 간 역사 현안들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강제징용·위안부 등 관련 사안이 정리돼야 양국의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12일 아사히신문·교도통신·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와 전시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현안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할 것"이라며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구축해 온 양국의 관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양국이 건전한 관계로 거듭나려면 노동자 문제 등 현안 해결이 급선무"라며 "일본은 지금까지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한국 새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 소통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강제 징용·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일본의 입장에서 풀어갈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노동자 문제'는 "일본 기업이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근거해 진행되는 자산 강제 매각 등 일련의 사법 절차를 지칭한 표현이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과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위안부 합의로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이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유효하다고 인정한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등 한국 사법부 판단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또 한일 관계 악화 책임을 한국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해 왔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임 시절 양국은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기시다 총리도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와 올 1월 국회 연설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한일 양국 정상은 이달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나란히 참석할 예정이다. 양국 정상회담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현재로선 공식 정상회담보다는 회의장에서 대면해 대화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보고 있다.
다만 한일 관계가 단기간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양국 모두 경색된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지만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한국과 일본은 지난 2019년 12월 이후 2년 6개월 간 대면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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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