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협상 낙관에도..전문가들 "러시아, 철군 안 할 것"
FT "4차 회담서 잠정 평화 계획 논의 상당 진전"
실제 휴전 여부는 회의적…"러, 전쟁 승리도 원해"
'예상 밖 선전' 우크라도 러 요구 일방 수용 안 할 듯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4차 협상이 일부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낙관론이 제기되는 등 협상 성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을 철수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 참여한 3명의 소식통은 15개 항목으로 이뤄진 잠정적인 평화 계획 논의에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평화 계획 초안에는 우크라이나가 중립 선언과 군 제한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러시아는 군을 철수하고 휴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미국, 영국, 터키 등 동맹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대가로 외국 군사 기지나 무기를 유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내용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일방적인 러시아 측 입장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협상이 "보다 현실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며 일부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향후 우크라이나 중립 지위에 대해 "합의에 가까워졌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전문가들은 회담 진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침공을 이어갈 것이며, 평화 지속 여부가 러시아로 하여금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시키는데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알렌산드르 가부에프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 선임연구원은 "일부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회담에서 협상이 타결될지는 상당히 회의적"이라며 "러시아는 전쟁터에서 회담 지렛대를 찾을 뿐만 아니라 전쟁 승리도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유화적인 전술이 통하지 않는다면, 러시아는 특히 키이우에 모든 화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고위 관료들에게 한 연설에서 "러시아 특별 군사 작전이 계획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 목표를 달성하고 서방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서방 언론에 대해선 "1930년대 나치 독일이 자행한 반유대주의 대학살과 직접적으로 유사하다"고 비난하며, 국내 반전 목소리에 대해서도 "반역자"라고 맹비난했다.
샘 그린 킹스칼리지 런던 러시아 연구소장 겸 러시아 정치학 교수는 "근본적으로 합의 여지는 푸틴의 머릿속에 있다"며 "우크라이나나 서방이 러시아가 수용 가능한 어떤 안을 내놓는지는 문제가 아니다. 푸틴 스스로 어떤 것을 수용할 수 있을지 말하는 게 문제"라고 평가했다.
예상 밖의 격렬한 저항으로 러시아 계획을 지연시키고 있는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리시아 루트세비치 우크라이나 포럼 대표는 "러시아인들이 초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이해하고 있는 점은 낙관적으로 비치지만, 그들의 위치는 여전히 합의 도달과는 매우 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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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