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우크라 침공 진짜 의도는 따로 있다
러시아 생존과 직결되는 '지정학 완충지대'에 대한 종교적 신념..무리한 전쟁 감행해 부메랑 맞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까. 이로 인해 국제사회의 공적 1호가 되고, 또 러시아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혹독한 경제제재를 받게 될 것을 잘 알았을 텐데 말이다. 미국과 서방이 금융에 이어 에너지 수출마저 막으면서 러시아 경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주목되는 것은 서방은 물론 국제사회 모두가 푸틴과 러시아에 싸늘하다는 사실이다. 유엔총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3월2일 채택했다. 전체 193개 회원국 중 181개국이 표결에 참여해 141개국이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러시아는 고립되고 있으며, 푸틴은 국제사회의 '악당'이 되고 있다.
16세기 이후 동서남북으로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해온 러시아에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을 지키는 일은 지정학적 숙명이 됐으며, 스탈린 이후 소련과 러시아가 자체 안보를 위해 완충지대에 집착한다는 설명이다. 종전 뒤 동유럽을 위성국가로 만든 것도 모자라 동독과 폴란드,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등에서 민주화나 자율을 위한 움직임이 보이면 즉각 소련군을 보내 가혹하게 탄압한 이유도 이런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을 같은 맥락에서 찾는다. 다른 세계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인 셈이다.
사실 소련과 러시아는 서구의 압박을 받는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서유럽을 지속적으로 위협해 왔다. 미국의 조지 마셜 국무부 장관이 1948년 3월 132억 달러(현재 가치로 1350억 달러)에 해당하는 원조로 부흥을 돕는 '마셜 플랜'을 가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구를 하나로 묶고 소련의 팽창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이듬해인 1949년 4월4일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창설했다. 나토는 러시아의 서진을 막는 서방의 핵심 안보축이 돼왔다. 경제와 안보를 하나로 묶는 전략이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통일 독일은 서독처럼 나토 회원국이 됐다. 1991년 12월26일에는 소련도 역사에서 사라졌다. 1999년부터 과거 스탈린이 완충지대로 여겼던 중동부 유럽은 물론, 1940년 소련이 점령했던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까지 모두 나토 회원국이 됐다. 러시아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신세가 됐다.
서구의 눈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무리하게 결정한 것은 이처럼 러시아와 소련이 오랫동안 숭상했던 지정학이라는 논리 체계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오히려 자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군사적으로도 순탄치만은 않은 것은 물론 경제 안보에서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푸틴은 나토가 마셜 플랜과 나란히 구축된 군사·경제·정치 동맹축이라는 사실을 잊은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에 러시아의 편이 그리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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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