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흥행 참패..비호감 여론에 개막 시청률 평창 때 절반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미국에서 최악의 흥행참패 우려를 낳고 있다. 개막식 시청률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쪼그라들며 이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중 관계 악화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인권 문제 등이 부각되며 올림픽을 보지 않겠다는 여론은 여느 때보다 높아졌다.
시청률 조사업체 스포츠 미디어 워치는 5일(현지시간) 미국 올림픽 중계권사인 NBC의 개막식 방송 평균 시정차 수가 725만 명으로 역대 최저치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NBC는 지난 3일 황금 시간대인 오후 8시부터 개막식 방송을 내보냈다. 이전 최저치는 지난해 도쿄 하계올림픽 폐막식(850만 명)이었다.
이는 4년 전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시청자 수의 45%,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2002만 명)의 36% 수준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인권침해 문제를 비롯한 미·중 사이의 정치적 긴장 고조가 (올림픽 흥행에) 골칫거리를 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면은 주요 여론 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모닝컨설트가 지난달 25~27일 미국 성인 221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올림픽 경기 시청에 부정적인 응답이 49%로 집계됐다. 이중 ‘절대 보지 않겠다’는 응답은 27%였다.
반면 시청에 긍정적 답변은 45%(‘꽤 많이 볼 것’ 13%, ‘어느 정도 볼 것’ 32%)였다. 이는 지난해 여름 도쿄올림픽(51%) 때 보다 줄어든 수치다.
올림픽 경기 시청에 부정적인 응답자 중 상당수는 대회 자체(65%)나 선수(57%)에 관한 관심 없음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개최국이 중국이라서 보지 않겠다는 응답도 40%나 됐다. 중국 자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올림픽 흥행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시장조사업체 모멘티브와 공동으로 벌인 조사(지난 1월 28~31일 성인 2590명 대상)에서도 미국인 70%는 중국이 올림픽을 개최한 것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중국이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과 관련해 우려되는 점을 묻자 절반(52%)은 인권 문제를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46%), 참가자에 대한 감시(41%) 우려도 높은 순을 기록했다.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 것을 걱정한 응답은 33%였다.
중국의 동계올림픽 공식 앱인 ‘MY2022’에 대해서도 응답자 57%는 감시에 사용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해당 앱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와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47%는 ‘열의가 더 떨어졌다’고 답했다.
동계 올림픽 관련 이슈들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결합하며 비우호적 여론을 더 키우고 있는 셈이다. 악시오스는 “중국 정부의 인권 침해, 코로나19 발병에 대한 두려움 등이 동계 올림픽 관심을 낮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도 이를 거들고 있다. 미 하원은 지난 4일 중국 견제법으로 불리는 ‘미국경쟁법안’을 통과시켰다. 반도체 연구와 설계, 제조 분야에 5년간 520억 달러(한화 62조 원)를 지원하는 등 중국에 대한 미국 경쟁력 강화를 위해 3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항하기 위해 반덤핑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 의회는 이 법안을 지난해 6월 상원에서 통과한 ‘미국혁신경쟁법안’과 병합해 심사하고, 단일안을 상하원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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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