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각오? 한덕수, 상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하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1일 오후 SK하이닉스 이천 본사를 찾았다. 사전에 공지된 일정에는 없던 깜짝 방문이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주 후반쯤에 찾으려 했는데, 도저히 시간이 안 나와 당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야당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며 한 대행 탄핵을 거론하는 상황에서, 침묵을 지켜온 한 대행이 경제 행보로 맞불을 놓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1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 메모리반도체 생산 Fab인 ‘M14 윈도우 투어’를 하고 있다.

한 대행은 약 45분간 SK하이닉스 이천 현장에 머물며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등 기업 임원진과 간담회를 갖고, 반도체 공장을 시찰했다. 한 대행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경험했던 전 세계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을 흔드는 산업의 새로운 도전이 오고 있다”며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 우리 사회에 닥친 문제를 적시에 지체 없이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행은 또 4월 1일 출범하는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를 거론하며 “대한민국에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안보전략 TF를 발족시킨다”며 “정부 각 기관을 맡은 장관과 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기업인이 같이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행은 또한 “정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 미래를 위해 반도체 등 첨단전략 산업에 대한 지원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며 “시행령 개정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통해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저해하는 낡은 규제를 과감히 혁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대행은 지난 24일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으로 국정에 복귀한 뒤 마 후보자 임명과 관련해선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30일 한 대행이 1일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다시 탄핵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한 대행은 여전히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31일 오전 총리실 내부 회의에서도 부처별 현안만 챙겼다는 게 총리실의 설명이다.

정부 내부와 여권에선 최근 한 대행의 행보를 두고 “탄핵을 각오한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한 대행은 4월 1일 국무회의 전 국무위원 간담회를 소집해 야당이 일방 통과시킨 상법 개정안을 논의한 뒤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거부권 법정 시한은 4월 5일로 여유가 있지만, 한 대행이 서두르는 것을 두고 여권에선 야당의 탄핵 압박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여권 관계자는 “한 대행이 자신의 선에서 이 문제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행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여러차례 회동을 제안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이 대표가 오늘 한 대행에게 전화를 두 번 하고, 문자메시지를 한번 보내며 ‘긴급하게 뵙고 싶다’고 했으나 한 대행은 일절 답을 보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대변인은 “또 이해식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이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손영택 국무총리비서실장에게 연락했는데 이들마저도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일하게 총리 수행과장만 통화가 됐고, 수행과장은 ‘전달하겠습니다’라고 답변한 뒤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 대행에 대한 이같 비판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국민의힘은  “최소한의 예의라도 갖추기 바란다”고 31일 맞받았다. 앞서 이날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회동 제안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난 극복에 여념 없는 국가원수 발목 잡는 민주당은 국민과 민생은 안중에도 없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신 대변인은 “지금 대한민국은 역대 최악의 산불로 수만 명의 이재민이 문자 그대로 길에 나앉은 상태다. 이틀 뒤면 미국발 관세 부과로 주력 산업 전체가 상당한 충격파를 받는 것이 불가피한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며 “더욱이 야당이 일방적·독단적으로 감액 예산을 통과시켜 이재민 지원도 산업 지원도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