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최상목 탄핵 주저하는 이유는…다음 순번이 더 '골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31일 내란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최 권한대행에 대해 탄핵을 거론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역풍을 고려해 초강경 대응보다는 여론전을 통해 비상계엄에 대한 정부여당의 책임론을 더욱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헌법 질서와 국익의 수호, 당면한 위기 대응의 절박함, 그리고 국민들의 바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내란 특검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특검법은 국회로 돌아와 재표결을 거치게 됐다. 재표결 법안의 가결 요건은 전원 참석할 경우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다. 현재 야당 의석 수는 192석이라 여당에서 이탈표가 8표 이상 나와야 한다. 지난 재표결 당시에는 6표가 나와 찬성 198표로 부결됐는데, 여당 측 단일대오가 유지되고 있어 더 이상 이탈표가 나올진 불투명하다. 재표결에서도 부결되면 특검법은 폐기된다.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민주당은 강경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일촉즉발 상태에서 정국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 17일 한밤중까지 협상한 끝에 수사 범위에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을 유지한 것 외에는 여당이 원하던 내용을 대부분 반영했다며, 더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내란 특검법은 내란 사태를 혼란 없이, 잡음 없이 가장 효과적으로 수습할 수 있는 해법"이라며 "수사 주체에 대한 법적 논란과 대국민 신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특검을 통해 내란죄와 직권남용죄의 수사 주체 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아직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손대지 못한 내란 동조 세력에 대한 단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셈이다.
그는 "민주당의 경고를 '대행 길들이기' 정도로 여겼다간 돌이킬 수 없다"며 "최 대행은 계엄 당일 대통령의 지시문건을 받았고, 그 자체로 수사 대상인데다 '문건 내용을 보지는 않았다'는 궤변으로 의심을 증폭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 거부는 자신을 향한 수사의 칼끝을 무디게 하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경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에 이어 최 대행에 대해서도 모종의 대응 조치를 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인데, 실제로 당 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원내지도부가 화가 많이 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최 대행 또한 탄핵할 수 있지만 자제하고 있다"며 탄핵 추진 여부를 지도부에 일임한 바 있다.
다만 실제 탄핵 추진 여부는 불확실하다. 일단 최 대행의 결정이 아직 내려지지 않은데다, 실제로 거부권을 행사해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더라도 '민생이 중요한데 정쟁만을 벌이고 있다'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양측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여야 지지율이 동률을 기록하거나 민주당이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국면이어서, 그만큼 여기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김 최고위원은 이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최 대행이 합리적이지 않은, 잘못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몰아갈 필요가 있는가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즉답을 피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러한 딜레마에 대한 고민이 상당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최 권한대행도 탄핵할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릴레이 탄핵'에 대한 부작용을 감당해야 하는 만큼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탄핵해 '대행의 대행' 체제까지 오게 했다. 지난달 여객기 참사 당시에는 무리한 탄핵으로 인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했던 행정안전부 장관의 부재를 야기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역풍이 불어 민주당 지지율 하락세를 더욱 가속화할 수도 있다. 12·3 계엄 직후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보다 두 배 이상 높았지만, 최근에는 따라잡힌 끝에 역전당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다수 나오기도 했다. 조기대선을 가정한 이재명 당대표의 지지율도 여당 후보와 일 대 일 구도에선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 중이다.
최 권한대행을 탄핵하더라도 다음 권한대행 직무 승계자가 최 권한대행보다 협조적일지 불확실하다는 점도 탄핵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또 탄핵할 경우 다음 순번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그 다음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다.
이 부총리는 17대 국회 한나라당 의원을 지냈다. 정통 관료가 아니라 보수 정치인이다. 유상임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노종면 민주당 의원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대립한 인물이다. 그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한덕수 대행의 탄핵은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과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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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