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두달 한동훈, 용산과 차별화 나섰지만…지지율 동반 하락 '위기'
“이재명이랑 싸우라고 뽑아놨더니 협치를 하고 있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취임 두 달을 맞는 한동훈 대표에 대해 내놓은 평가다. 4·10 총선 참패 후 7·23 전당대회 이전까지 무기력함이 지배했던 당내에서는 한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감돌았다. 소위 친한(친한동훈)계가 아닌 당 관계자들 역시 한 대표가 ‘이재명 대항마’로 활약하면 당 지지율 상승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두 달을 향하고 있지만 연이은 당정 갈등에 따른 피로도에다 각종 현안에서 해결사로서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위기에 처했다. 민심을 좇겠다며 용산 대통령실과의 차별화를 내세웠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역대 최저로 향하면서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당대표 출마 선언부터 현재까지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고 있다. 당 대표로 당선된 이후엔 "민심의 파도에 올라타겠다"며 국민 눈높이 전략을 더 선명하게 했다.
하지만 현실은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은 물론 한 대표의 지지율까지 동반 추락하고 있다. 총선 이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대표와 당 지지율은 올랐던 ‘디커플링’ 현상이 일어났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6개월 전까지 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조사에서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한 대표는 최근 들어 이 대표에게 확실한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지난 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갤럽 9월 1주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이 대표는 26%, 한 대표는 14%를 차지했다. 총선 1달 전이었던 3월 1주 조사와 비교하면 이 대표는 23%에서 3%포인트 올랐고, 한 대표는 24%에서 10%포인트 떨어졌다. 한 대표 취임 전후를 비교하면 19%(7월 4주)에서 5주 만에 5%포인트 하락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고문은 13일 MBC 라디오에서 “한동훈 개인에 대한 지지도나 기대치가 당대표가 되고 나서 오히려 하락하는 이유는 윤 대통령과 다른 뭔가를 기대했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명확한 차별화도 이뤄질 것 같지 않아 실망감이 있고, 반사이익 일부는 이 대표가 흡수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당정관계 재정립’을 외치며 당선된 후 채 상병 특검법,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의대 증원 유예 등을 두고 대통령실과 부딪히기만 했을 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은 “차별화가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성과가 없는 상황에 오히려 대통령실과 여당이 충돌한다는 인식을 주게 되면서 보수층에게도 불안감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 대표는 지난 4.16 총선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을 당시부터 대통령실과 여러 차례 당정 갈등을 벌였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작심 발언을 한 것으로 시작으로 이종섭 전 호주 대사 출국과 황상무 수석 발언, 김 여사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 제3자 추천 방식의 해병대원 특검법 발의,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의대 증원 문제 등 알려진 것만 7번이다.
비대위원장 시절이나 전당대회 기간에는 한 대표가 용산과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가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떨어지는 '디커플링' 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려 당정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커플링'이 선명해지고 있다.
한 대표가 용산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성과로 이어지지 않자 실망감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원외 인사이자 정치에 입문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한 대표가 당내 지지 기반이 없어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한 대표는 당대표 출마 선언 당시 제3자 추천 방식의 해병대원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표 당선 이후 꾸준히 당내 설득 작업을 진행했지만 친윤(친윤석열)계 등의 반발이 거세자 진도가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대표는 당초 입장과 달리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실상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표가 의정갈등 중재로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 대표 측은 한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하고,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에 대해서도 대통령실과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을 이끌어낸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이 민심을 전달했고, 대통령실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냐”면서 “앞으로도 당정이 긴밀하게 협의할 거로 기대한다. 결국 민심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권을 노리는 한동훈 대표가 지지율이 낮은 윤 정부와 차별화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윤 정부의 임기가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내에서 그립감을 잡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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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