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집단휴진에 칼 빼든 정부... 개원의에 진료·휴진신고 명령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에 이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18일 집단 휴진을 예고하자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섰다. 집단휴진에 동참하는 개원의들에는 진료명령 등을 내리고 의협에는 공정거래법도 적용할 방침이다.
9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협은 이날 오후 2시 교수, 개원의 등 모든 직역이 참여하는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연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대회에서 최근 진행한 휴진 등 강경 투쟁 참여 여부를 묻는 의협 전 회원 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의협 중심의 범의료계 투쟁의 시작을 선포할 계획이다.
이번 투표에는 13만명에 가까운 회원 중 7만여명이 참여해 역대 최고 참여율을 기록하는 등 투쟁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20개 대학이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7일 총회를 열고 이날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나올 집단행동 방침에 따르기로 결의하면서 의협에 힘을 보탰다.
다만, 의대 교수들이 앞선 휴진 결의 때도 실제로는 병원을 지켰고, 2020년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휴진하기로 했을 때 개원의 참여율이 한 자릿수에 그쳐 이번 투쟁 역시 대대적인 휴진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법정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중심이 돼 범의료계 대정부 투쟁을 선포할 예정인 가운데 동네 의원들까지 집단 휴진에 나설 경우 의료법, 공정거래법 등 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처벌이 이뤄지면 강화된 법에 따라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개원의들까지 휴진에 나설 경우 법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이미 공언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실장은 최근 "집단행동은 바람직스럽지도 않다"면서 "개원의들의 불법적 집단행동이 있으면 정부는 의료법 등에 따라 여러 필요한 조치를 해서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0일 오전 회의에서 의료법에 근거한 진료명령과 휴진 신고명령을 이날 개원의들에게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유도하고 있는 의협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법적 검토에 착수한다. 중대본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중대본을 주재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집단 진료 거부는 환자 생명을 첫째로 여긴다는 의사로서의 윤리적·직업적 책무를 저버리는 것으로 엄연한 불법적 행위"라며 "의료의 공익적 가치와 오랜기간 쌓아온 의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를 국민은 절대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집단 진료 거부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설득하고 소통하는 한편 국민 생명 보호에 차질이 없도록 비상진료체계 강화 등을 포함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당시 전국적으로 상당수의 동네병원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되자 지역 내 진료기관 휴진 비율이 30% 이상일 경우 '진료 개시 명령'을 발동하라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후에는 휴진 상황에 따라 업무개시명령 기준을 15%까지 내려 지침을 강화했다.
이번에도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개원의들이 이에 따르지 않게 되면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특히 개정된 의료법은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해 업무개시명령을 어기면 의료법에 따라 면허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
의료법 외에도 응급의료법, 공정거래법, 형법(업무방해죄) 등으로도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응급의료법'은 의료기관장이 종사자에게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한 근무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했는데, 이를 위반해 환자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끼친 경우 6개월 이내 면허·자격정지 혹은 취소까지 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단체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각 사업자의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금지행위를 할 경우 사업자단체(의사단체)는 10억원 이내 과징금을 물게 되고, 단체장 등 개인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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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