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 없앤 오세훈, 부활론 직격…한동훈·이재명 동시겨냥

'오세훈법'의 주인공인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침묵을 깨고 지구당 부활 논쟁에 뛰어들었다. 국민의힘 주요 당권·대권 주자들이 지구당 부활에 힘을 싣자 분명하게 반대 뜻을 표명한 것이다. 여권 잠룡 중에서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은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에 이어 두 번째이다.


▲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법'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나라당 국회의원 시절 주도해서 통과시킨 '정치관계 3법(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을 일컫는다. 소위 '차떼기 사건'으로 정치권, 특히 보수 진영이 도덕적 치명상을 입은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나온 입법이었다. 이때 나온 여러 개혁 방안 중 하나가 '지구당 폐지'였다.

오 시장은 31일 오후 "지구당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극 제왕적 당 대표를 강화할 뿐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원외 정치인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형평성 문제를 알기 때문에 지난 며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라며 "그러나 여야가 함께 이룩했던 개혁이 어긋난 방향으로 퇴보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려 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오 시장은 "오세훈법이라고 불리는 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의 당초 취지는 돈먹는 하마라고 불렸던 당 구조를 원내정당 형태로 슬림화해 고비용 정치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보자는 것이었다"라며 "미국도 과거에는 지구당과 유사한 '정당 머신'이라는 조직이 존재했지만 숱한 부패와 폐해 때문에 지금은 사라졌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솔직히 말해 보자. 당 대표나 당 조직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며 "기본적으로 자기 당을 위한 선거 조직이며 특히 한국에서는 그로 인해 정쟁이 유발되며 격화한다. 국민은 어디에 있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오 시장은 “과거 지구당은 지역 토호의 온상이었다”며 “지구당 위원장에게 정치 헌금을 많이 한 사람이 지방의원을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고, 그들은 지역 이권에 개입했다. 선거와 공천권을 매개로 지역 토호-지구당 위원장-당 대표 사이에 형성되는 정치권의 검은 먹이사슬을 끊어내고자 하는 것이 오세훈법 개혁의 요체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 시장은 “여야가 동시에 지구당 부활 이슈를 경쟁적으로 들고나온 이유는 무엇일까”라며 “당 대표 선거에서 이기고 당을 일사불란하게 끌고 가려는 욕심이 있다는 것이 저의 판단”이라고 했다. 또 “다시 말씀드리지만 지구당을 만들면 당 대표가 당을 장악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게 국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또 한국 정치 발전에는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공산 혁명, 중국 문화대혁명, 통합진보당 사태 등에서 우리가 목도했듯이 극단적 생각을 가진 소수가 상식적인 다수를 지배하는 가장 우려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구당 부활론에 불을 댕겼다. 원외위원장들의 숙원을 꺼내 들어 지지를 얻으려는 제스처라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23일 이재명 대표가 "지구당 부활은 중요한 과제"라고 한 바 있다. 국회의장 당내경선 후 권리당원 집단탈당에 술렁이는 당원을 다독이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또 "한국은 공천권을 당대표가 쥐지만, 미국에선 주별로 차이가 있지만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국민이 공천권을 행사한다"며 "미국 정치인은 당의 실력자가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고 소신 정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구당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극 제왕적 당대표를 강화할 뿐"이라며 "러시아 공산혁명, 중국 문화대혁명, 통합진보당 사태 등에서 목도했듯이 극단적 생각을 가진 소수가 상식적인 다수를 지배하는 우려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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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