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부터 '삐거덕'…전공의 단체, '임현택 의협'과 갈라서나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공식 취임했다. 임기는 전날부터 시작됐지만 근로자의 날을 피해 2일 취임식을 갖고 제42대 대한의사협회장으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취임식을 열고 임 회장의 취임을 공식화했다.
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의협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정부 정책이 얼마나 잘못됐고 나아가 얼마나 한심한 정책인지 깨닫도록 하겠다"며 "의료농단, 교육농단을 바로잡는 날은 오늘 42대 의협 집행부가 출범하는 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갈등에 빠지고 분열되는 것은 우리를 상대하고 있는 정부가 원하는 것"이라며 "사분오열 패배주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하면서 철저한 통제 속에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게 정부의 간절한 바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와 42대 집행부 임원 믿고 협조해달라"며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대한민국 의료를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그날까지 우리 42대 집행부 임원·직원들이 혼연일체 돼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 회장의 바람과는 달리 임 회장의 의협은 출범부터 삐거덕대고 있다. 임 회장이 출범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범의료계 협의체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42대 집행부의 당연직 정책이사지만 이날 취임식에도, 취임식 1시간 전에 열린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제42대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두고 정부와의 1대1 대화를 위해 의협, 의학회,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으로 구성된 범의료계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당시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5+4 의정협의체'를 제안한 것에 대해 집행부 출범 직후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와의 1대1 대화를 언제든지 즉각 시작할 수 있도록 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다음날 곧바로 협의체 합류를 거부했다.
박 위원장은 전날 내부 공지에서 “대전협은 임현택 회장과 범의료계 협의체 구성에 대해 협의한 바 없다”며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노정훈 비상대책위원장과도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지만, 의대협 역시 임 회장과 해당 사안을 논의한 바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임현택 집행부가 범의료계 협의체에 의학회, 의대 교수 외에 전공의와 의대생도 포함하겠다고 했는데, 전공의 대표가 이를 부인한 것이다.
나아가 박 위원장은 “저는 임현택 회장의 독단적인 행동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저격했다. 그는 “전공의들은 지금까지 주체적으로 행동해왔고 앞으로도 자율적으로 의사 결정할 것”이라며 “의대생들과도 함께 고민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하겠다”면서 자체 노선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의료공백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단 위원장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지지한다”며 “‘사직의 물결’은 아래로부터 시작된 전공의들의 자발적인 선택이었고, 의협은 동료 전공의들과 후배 학생들을 대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님들의 끝없는 지지와 성원에는 진심 어린 감사의 말씀을 올리지만, 일부 강경한 발언과 극단적인 태도에는 우려를 표한다”며 “저희는 누구와 싸워서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환자, 의사, 국가를 위한 최선을 함께 찾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은 “이해를 잘 못해서 그런 것 같다. 2일 상임이사회 첫 회의를 하는데, 박 위원장도 정책이사로 참여해 이런저런 사정 얘기하고 의견 교환하면서 끌고 갈 것”이라고 연합뉴스와의 통화를 통해 입장을 전했다.
임 회장과 박 위원장 사이의 엇박자는 이전에도 발생했다. 지난달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만난 이후, 임 회장은 자신의 SNS에 “아무리 가르쳐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튿날에는 “A few enemies inside make me more difficult than a huge enemy outside'(일부 내부의 적은 외부에 있는 거대한 적보다 나를 더 어렵게 만든다)”라고 영어로 적기도 했다.
당시 임 회장은 누구를 지칭하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으나, 의료계 안팎에서는 ‘내부’를 언급했다는 점을 들어 박 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에둘러 표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의협과 전공의 사이의 갈등 역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0년에도 올해와 같이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파업에 나섰는데, 당시 최대집 의협 회장은 전공의와 의대생을 배제하고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 정책 추진 및 파업 중단에 기습합의하고 ‘9·4 의정합의’를 도출해 반발을 산 바 있다. 의료계 내부 갈등은 당시 대전협 비대위원장이었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단체행동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한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날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발표한다. 증원 인원은 1550명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교협은 변경된 의대 정원이 담긴 내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이달 말까지 심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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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