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흔드는 돈뿌리기 자제해야···내수회복에 되레 악영향”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인플레이션이 안정돼야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내부 부양정책은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야당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민생회복지원금 지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KDI는 고금리 여파로 올해 중 내수가 충분히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KDI는 2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KDI 현안분석: 최근 내수 부진의 요인 분석: 금리와 수출을 중심으로’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이 1%포인트 증가할 때 민간소비는 1분기 뒤 0.07%포인트 상승한 뒤 그 효과가 3분기 동안 지속됐다. 설비투자는 수출이 1% 포인트 늘어나면 같은 분기에 0.36% 상승한 뒤 2분기 더 그 효과가 유지됐다. 수출의 경우 큰 시차를 두지 않고 내수에 바로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올해 1분기 민간소비가 전기대비 0.8%포인트 늘어나는 깜짝성장한 것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수출 회복세 덕인 것으로 해석된다.
금리 인상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시작해 상당 기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최근 내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내수 위축의 완화는 누적된 금리 인상 효과에도 수출 회복의 긍정적인 효과가 확대된 결과라고 추정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3%였는데, 이중 내수의 기여도가 0.7%포인트였다. 작년 4분기(-0.4%포인트), 3분기(0.2%포인트), 2분기(-0.8%포인트), 1분기(0.4%포인트)보다 기여도가 확대됐다.
연구진은 작년 상반기에는 수출 급락의 영향으로 내수가 위축되기 시작했으며, 하반기 들어 금리 인상 효과가 시차를 두고 본격 나타나면서 내수 위축이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의 수출과 금리 흐름이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내수가 충분한 회복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연구진은 예상했다.
수출 회복은 올해 소비를 0.3%포인트, 설비투자를 0.7%포인트 각각 상승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고금리는 올해 소비를 0.4%포인트, 설비투자를 1.4%포인트 각각 하락시키면서 결과적으로 올해 소비는 0.1%포인트, 투자는 0.7%포인트 각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수출과 정책금리만을 분석한 결과로, 내수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은 고려하지 않았다.
올해 수출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거나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내수가 이보다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은 있다.
연구진은 그러면서 "대규모 내수 부양 등 인플레이션 안정 추세를 교란할 수 있는 정책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최근의 내수 부진은 고금리의 결과인 만큼, 물가 안정세를 흩뜨릴 경우 금리 완화 시점이 미뤄져 내수 회복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수를 살리기 위한 부양책이 되려 내수를 꺼뜨리는 불씨로 작용하는 셈이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정책은 피해야 한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김준형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올해 하반기 정책금리 인하가 시작되더라도 시차를 고려하면 2025년에야 그 효과가 가시화 될 것”며 “고금리 기조는 내수만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취약계층에게도 어려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고금리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측면이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안정돼야 금리를 낮출 수 있으니 지금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정책은 쓰지 말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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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