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살려달라" 60대 스님도 빌었다…유명 개그맨 사칭 '한우희' 정체

유명인을 사칭하는 투자 사기가 극성인 가운데 경기도에서 사찰을 운영하는 60대 승려도 수억원대의 피해를 본 사실이 알려졌다.


▲ 주식 투자로 성공한 개그맨의 매너저라고 소개한 한우희(가칭)가 피해자 B씨 톡으로 보낸 가짜 신분증과 사업자등록증

경찰청이 최근 개그맨 매니저로 알려진 ‘한우희(가명)’를 포함한 일당에 대해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를 집중 수사 관서로 지정하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한우희 일당’에 대한 피해 접수 건만 40여건이다.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 금액은 15억원대에 달한다.


이중 경기도에서 사찰을 운영하는 60대 승려 A씨는 3억원 가량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말 A씨는 유명 개그맨 B씨가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TV 방송 프로그램에서 듣고, 인터넷 게시물 여러 개와 SNS를 옮겨다니다가 결국 포털사이트가 운영하는 ‘밴드’에 가입했다.

A씨가 대화방에 입장하자 B씨의 매니저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우희’를 만날 수 있었다. ‘한우희’ 매니저는 A씨 포함 50여명인 대화방 참여자들에게 “개그맨 B씨가 3000억원을 갖고 있다”며 “회원님들이 투자하면 B씨 돈과 합쳐 비상장 주식을 한 주당 15만원에 살 수 있다. 1주일 뒤 상장시키면 주당 가격이 25만원을 넘는다”고 꾀었다.

매일 꼬박꼬박 주식 강연도 챙겨봤다던 A씨는 지난 2월 5일 매니저가 카카오톡으로 따로 알려준 가상계좌로 3000만원을 보냈다. 사흘 뒤 2000만원을 추가로 송금했다. 한 달 사이 투자금은 지인에게 빌린 2억3000만원을 포함해 3억원으로 늘었다.


며칠 뒤 매니저는 주식이 크게 올라 원금과 수익금을 합쳐 29억8000만원이 됐다고 주장했다. “원금과 수익금을 배당해 달라”고 하자 매니저는 “29억원을 찾으려면 10%인 2억9000만원을 계좌로 먼저 보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때 뭔가 석연치 않음을 느낀 뒤 지인들에게 주식 투자 사실을 알렸고 그제야 유명인 사칭 투자 사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조금씩 모아둔 돈으로 투자했고 수익이 나면 사찰 보수 공사도 하고 절 행사 때도 쓰려고 했다”며 “사기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알렸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한우희라는 매니저 이름도 가짜고 그가 보내준 사원증과 사업자등록증도 모두 위조한 것 같다. ‘제발 좀 살려달라’고 부탁도 했다”고 회상했다.


B씨의 공범으로 추정되는 대표 2명은 전직 장관 출신이 운영하는 사모투자 전문회사와 유사한 ‘스카이레이크’(SKYLAKE)라는 이름으로 불법 투자중개업체를 운영하며 피해자들을 속였다.

대표 2명 가운데 한 명은 해당 장관 출신과 실제로 같은 이름을 사용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단체 대화방에서 매니저 등 바람잡이의 말에 속아 투자했다가 수억원씩을 사기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많아 고소장이 언제까지 계속 들어올지, 피해 금액이 최종 얼마일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간 ‘유명인 사칭 사기’를 포함한 투자리딩방 불법 행위 피해 건수는 2500여건이다. 피해 금액은 2300억원. 방송인 송은이, 스타 강사 김미경, 존리(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주진형(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개그맨 출신 투자자 황현희, 한상준 변호사 등이 회원으로 있는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이하 유사모)은 유명인 사칭 범죄 규모를 누적 평균 1조원으로 추산했다. 피해자 1인당 평균 피해 금액은 평균 1억5000만~3억원. 일주일에 1~2명은 10억~30억원 이상을 갈취당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