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가지마라"…논란 커지는 제주 고깃집 `비계 삼겹살`

'제주도 유명 고깃집에서 비계 삼겹살을 15만원에 사먹었다'는 한 네티즌의 글이 온라인상에서 일파만파를 불러일으키며, 제보 사연들이 쇄도하고 있다.

해당 식당의 사장이 등장해 사과의 글까지 남겼으나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 붓기' 식으로 분노를 키운 격이 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손님이 비계만 찍었다'는 식으로 손님 잘못으로 몰아간다"며 분노했다. 댓글 중에는 "제주도가서 절대 흑돼지는 사먹지 마라", "제주도 가려고 했는데 취소해야겠다", "저런 가게는 영업정지해야 한다"는 글을 남긴 이들도 나타났다.


▲ 한 네티즌이 제주 유명 맛집에서 '비계 삼겹살'을 판매했다며 공개한 사진.

앞서 지난달 2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열받아서 잠이 안옵니다. (제주도 가지마세요)'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진 몇 장이 공유됐다.

해당 글을 올린 A씨는 제주에서 '1년 살이'를 하고 있다면서 "98% 이상 비계뿐인 15만원 짜리 비계삼겹살 먹은 이야기를 풀어 보겠다"면서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제주 중문에 연예인들도 자주 가고, 방송에도 나왔으며,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안심식당'으로 선정된 유명한 한 식당의 소비자 기만 횡포를 고발하고 싶다"면서 직접 찍은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의 삼겹살은 한눈에 보더라도 살 부위는 거의 없고, 거의 비계 수준의 제품이었다.

고기 4인분을 주문한 그는 "처음 비계가 대부분인 고기를 받고 당황스러워 직원에게 항의했더니 '이 정도면 고기가 많은 편이다'라고 하면서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고기를 자르다가 자기도 아니다 싶었는지 주방에 다녀왔다. 하지만 결국 문제없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기분이 상한 A씨는 "고기 3점만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고 14만7000원을 계산했다"면서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사장한테 따지려 하니 사장이 없더라. 비계 덩어리가 무려 15만원 가량 하다니 어이가 없었다"면서 "리뷰에 저처럼 당한 사람들이 몇몇 되던데 매출에는 타격이 하나도 없는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주 관광객 특성상 한 번 왔다 간 손님은 다시 안 온다는 생각에 저렇게 배짱 장사를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글과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불판 닦는 용도", "삼겹살이 아니라 돼지 막창" 등의 댓글을 달았다.

이처럼 논란이 확산하자, 해당 고깃집의 사장 B씨가 온라인상에 등판했다. 그는 "제가 직접 매장에 있었다면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방문해주신 손님과 이번 일로 제주도 자영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드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1일 온라인커뮤니티에 따르면 전날 오후 해당 커뮤니티 게시판에 "안녕하세요, 현재 이슈가 된 OO OO흑돼지 사장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해당 가게 운영자라고 밝힌 사장 B씨는 "당시상황, 이유, 사실관계 모두 떠나 비계 비율이 많았던 고기가 제공돼 불만족스러운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당시 제가 직접 매장에 있었다면 '조금은 다르지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아있지만 제가 믿고 맡긴 우리 직원이 대응했다면 제가 대응한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방문해주셨던 손님분과 그리고 이번 일로인해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제주도 자영업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저희 가게의 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드린것 같아 너무 죄송한 마음"이라며 "지금 상황을 계기로 고기 선별 및 손질과정을 더욱 철저히 점검하고 개선해 보다 다양한 손님분들이 만족하실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또한 "저희가 의도와는 다르게 이번 일을 접한 많은 분들이 불편을 겪으셨다는 점에 대해 불편을 해소하고 조금이나마 제주도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방문해주셨던 고객분께서연락해주시면 최대한 만족하실 수 있는 방향으로 보상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1개월동안저희매장을이용해주시는모든손님분들에게 오겹살 200g을 추가로 제공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약속에 대해선 "그 동안 저희가 어떻게 장사를 했는 지, 그리고 이번 일로 인해 가게 개선이 제대로 되었는지 냉정하게 확인해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며 "저희는 1등급 제주 흑돼지만 사용해왔고 제주도에서 정말 품질 좋은 고기만 판매하고 있다는 점은 꼭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당부했다.

김씨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제주 흑돼지 고기나 제품을 보내드리고자 한다"며 "각종 보호시설 등을 추천 받아 최대한 저희가 가능한 만큼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주에서 20년 가까이 넘게 자영업에 종사하면서 우리 직원들과 열심히 달려오기만 하다보니 크고 작은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며 "항상 고생해 주는 우리 직원들과 오랜 세월 동안 노력했던 부분이 모두 이번 일로 사라지는것 같아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사랑받는 식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금까지보다 더 좋은 가게가 될 거라고 확신하고 많은 분들께 약속드릴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돼있다. 적어도 스스로 쪽팔리지 않게 장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커뮤니티의 회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비계 삼겹살 논란 직후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 '살코기를 먹고 비계만 사진을 찍었다'는 식으로 반박한 것을 문제삼으며 사장에 대한 비판이 잇따른다.

최초 제보자도 김씨의 글에 보상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여기에서는 저한테 보상 말씀하시고 제가 댓글로 거절하니 바로 거짓말 붙여서 기사를 내셨다"고 반발했다.

다른 회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사장 B씨는 "수많은 언론사에서 게속 전화가 와서 질문드린 내용에 답변을 드렸는데 그런식으로 노출이 될줄은 예상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사과와는 달리 그는 3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A씨가 삼겹살 3점을 먹고 나왔다고 하지만 그 앞에 있는 살 부분들은 다 드셨다"며 "흑돼지는 다른 삼겹살보다 지방이 많은 편이다. 끝으로 갈수록 기름이 원래 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님의 항의를 받았지만, 이미 고기를 불판 위에 올린 상태여서 바꿀 수도 없었다. 대신 서비스 메뉴 2개를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손님 A씨가 다시 등장해 "자꾸 고기가 붙어있는 무언가를 줬는데 비계만 찍었다는 식으로 몰라가려는 것 같은데, 사장님이 말하는 고기처럼 보이는 그 부위는 '뼈' 아니냐"며 "사장님이 말한 부위는 고기가 아닌 '뼈'였으며, 대부분 비계로 이뤄진 게 맞다"고 말했다.

A씨는 또한 "원래 여자 손님들에게 비계가 많다는 항의가 들어오면 바꿔준다는데, 저같이 당한 사람들 리뷰 어디에도 바꿔준다는 리뷰 없더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이번 사건이 파장이 확산하면서 제주도 여행 전체에 대한 이미지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지 않은 네티즌들이 "제주도 여행을 취소하겠다", "다신 제주도 가서 흑돼지를 사먹지 않겠다"는 등의 글을 올리고 있어서다.

한편, 정부는 올해 초 삼겹살 지방 함량 권고 기준을 담은 '돼지고기 품질관리 매뉴얼'을 개정해 전국에 배포했다. 매뉴얼을 보면 소포장 삼겹살의 경우 1cm 이하, 오겹살은 1.5cm 이하로 지방 두께를 관리하도록 권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과지방 부위는 제거하거나 폐기를 검토하는 것이 권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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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