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00명 고집 버렸지만…전공의 93% "백지화 해야 복귀"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과 관련해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자며 의료계에 대화의 손짓을 보냈지만 전공의 10명 중 3명은 의료현장에 복귀할 마음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는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2000명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공의 이탈이 43일째 이어지면서 의사 집단행동 가운데 역대 두 번째 최장 기록을 세웠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 건수는 600건을 넘어섰다.

2일 정부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에 이어 이날도 의료계에 '합리적 통일안 제시'를 요구하며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이제는 의료현장으로 돌아와 의료 개혁의 이행방안과 이를 위한 투자 우선순위 등 구체적인 의료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정부에 제시해달라"며 "2000명이라는 숫자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열려 있어서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료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의료계에 "합리적인 통일된 안을 제시하라"며 정책 수정 가능성을 열어놨다. 지난 2월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한 이후 정부가 정책 수정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의료계에 대화와 현장 복귀를 촉구하면서 동시에 전날부터 대학병원 교수들이 주 52시간 진료를 하기로 하면서 외래 진료와 수술, 입원 진료 감소가 불가피해지는 데 대한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

정부는 △병원별 수요 고려한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추가 배치 △시니어 의사 4166명 중 신규 채용 또는 퇴직 예정 의사 계속 고용 △개원의나 봉직의, 상급종합병원 근무 허용 △진료 지원 간호사 필요시 추가 채용 △진료 협력병원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가 사실상 의대 증원 수정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전공의 10명 중 9명은 의료 현장 복귀 전제 조건으로 '필수 의료패키지 백지화'를 강조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대전성모병원 인턴)였다가 의대증원에 반대해 지난 2월 병원을 떠난 류옥하다 씨는 지난달 29일부터 전날(1일)까지 전공의 및 의대생 15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50명(66%)은 수련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531명(34%)은 전공의 수련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에는 전체 전공의 1만2774명과 의대생 1만8348명 가운데 5.08%인 1581명이 참여했다.

복귀 의사가 있다고 밝힌 전공의 중 93%는 의대 증원·필수 의료패키지 백지화를 선결 조건으로 꼽았다.

적정 의대 증원 규모를 묻는 말에 응답자의 96%는 '감축 또는 유지'를 선택했다.

정부의 대화 촉구에도 전공의의 복귀가 요연한 가운데 의대를 졸업하고 전공의 과정을 앞둔 예비 인턴의 수련 임용 등록률도 10%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지난주 브리핑 때 등록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 꼭 등록하도록 말씀드렸지만 어제까지 10% 내외로 등록돼 있는 상태"라며 "의대 졸업을 하고 인턴을 밟겠다고 한 분이 3068명인데 이 중 10% 못 미치는 인원이 인턴 수련 중이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의 인턴 계약 포기자는 2697명으로 나타났다. 임용 대상자인 3068명의 약 88% 수준이다.

이들이 임용 등록 마감일인 이날까지 등록하지 않으면 9월 또는 내년 3월에 인턴 수련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의대 증원 반발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과 함께 인턴 합격자들도 10명 중 9명이 임용 등록을 하지 않고 수련병원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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