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대응 방침" 쏟아낸 정부… 전공의협회, 파업 ‘일단 보류’ 가닥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새벽까지 ‘마라톤 회의’를 연 전공의들이 파업 카드는 당장 꺼내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와 달리 이번 정부에서 파업에 나설 경우 “진짜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 2020년 8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무기한 집단 휴진에 나섰던 전공의들이 가운을 벗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날 밤 9시부터 온라인 임시 대의원총회를 시작해 이튿날 오전 1시까지 4시간 동안 의대 증원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 결과 대전협은 “지난 12일 진행된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제27기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 이사, 국원 전원 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대한 건’에 대해 참석한 194단위 (총 223단위) 중 찬성 175단위, 기권 19단위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물론 전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총파업’ 카드는 아직 꺼내지 않기로 한 모양새다.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되지 않았다. 직장인 커뮤니티 플랫폼 ‘블라인드’에는 “전공의들이 파업하지 않고 정상 근무하기로 결정됐다”는 내용의 증언이 게재됐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일(12일) 진행된 온라인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박단 회장(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레지던트)을 제외한 집행부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의결했다. 대전협은 이날 오전 홈페이지에 이 같은 내용을 보고하며 비대위 전환을 공식화하면서도 파업 등 집단행동 여부와 계획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전일 밤 9시에 시작해 이튿날 새벽 1시께 회의를 마칠 때까지 파업 여부 등을 둘러싼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 것으로 알려졌는데, 비대위 전환 외에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비대위 구성이 구체화되지 않은 데다 비대위 전환 자체가 파업 등 집단행동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파업 안하고 (머리) 숙이는 분위기”라는 글이 올라오자 의료계 안팎에서는 전공의들이 신중 모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대전협이 90%에 육박하는 집단행동 참여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수 차례 시사하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하지 않은 데다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면허 취소를 운운하는 등 유례 없이 강경한 기조를 취한 것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9.3%가 찬성하는 등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압도적 지지 여론이 형성된 것도 2020년 총파업 때와 달라진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정부에 반발해온 전공의들이 이처럼 한 발짝 물러난 배경에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통령실을 필두로 정부와 여당은 의사단체 해산까지 거론하며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고 예고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6일 “의료인들께서는 정부와 마찬가지로 환자의,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지키시는 분들이다. 환자 곁을 지켜주시기를 바란다”면서도 “만에 하나 불법적인 행동을 하게 되신다면 저희는 법에 부여된 의무에 따라 원칙과 법에 의해서 대응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