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주면 지릴 줄 알았나”…성난 의사들 ‘막말’ 쏟아내기 시작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의사들 사이에서 과격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는 등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증원 반대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의과대학 입학 정원 2000명 확대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5일 대규모 궐기대회를 예고한 가운데 전공의들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12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집단행동을 포함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실과 응급실 등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가세할 경우 의료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도 파업 참여를 결의했다.

전국 1만5000여명의 전공의가 소속된 대전협은 이날 밤 9시 전국 전공의 대표자와 대의원이 참여하는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단체 사직을 포함해 집단행동의 형식과 시기 등에 대해 논의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SNS에 ‘전공의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병원을 지속가능한 일터로 만들고자 하는 정부의 진심은 의심하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조 장관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정원 확대는 해묵은 보건의료 문제를 풀어나가고, 전공의들이 과중한 업무 때문에 오히려 수련에 집중하지 못하는 체계를 개선해 수련기간 본인의 역량과 자질을 더 잘 갈고 닦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단체인 응급의사회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알리며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응급의사회는 “격려와 칭찬 대신 정부의 강력한 제재 정책들로 전국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자발적인 사직이 이어지고 있다”며 “오만하고 무지한 정부의 잘못된 응급의료 정책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 응급의료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사협회는 15일 전국 16개 시도 의사회 주도로 지역별 궐기대회를 진행하고, 17일에는 서울에서 전국 의사 대표자 회의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사 단체의 집단행동 움직임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의사들의 단체 행동에 대해 명분이 없는 것이 아니냐 생각한다”며 “(의대정원 확대)정책 실행의 타이밍을 여러 가지 이유로 번번이 놓쳤고 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후 전현직 대한의사협회(의협) 임원을 중심으로 정부를 규탄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의대 증원에 지속해서 반대 의견을 피력하던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고 일축하고 2000년 의약분업 당시의 혼란이 재현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사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이고, 문제는 그 재앙적 결과가 국민의 몫이라는 점”이라며 “재앙은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SNS에 정부가 전공의들의 총파업에 대비하고 있다는 기사를 올리며 “겁을 주면 의사들이 지릴 것으로 생각했나 보다”, “의료대란은 피할 수 없을 것” 등 엄포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알리며 “더 이상 의사들을 범죄자 소탕하듯이 강력하고 단호하게 처벌하려 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더 이상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응급의료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의협은 설 연휴 전인 지난 7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 전환 방침을 정하면서 “정부가 싫증 난 개 주인처럼 목줄을 내던지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격한 표현으로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은 SNS를 통해 “의사 알기를 정부 노예로 아는 정부”, “정부는 (의협) 회원을 겁박하는 치졸한 짓을 즉각 중지하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주 전 회장은 의대 증원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지방에 부족한 건 민도”라고 적었다가 지방 비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민도(民度)는 국민의 생활이나 문화 수준의 정도를 뜻하는 단어다.

그는 논란이 확산하자 11일 SNS에 입장문을 올려 “지역민을 비하하고자 한 글이 절대로 아니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의협은 연휴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집단행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15일 전국 곳곳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17일 서울에서 전국 의사대표자회의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집단행동을 이끌 비대위원장은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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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