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싸가지 없음” 한 스티커 업체의 황당한 주문 취소 사유
‘친절한 태도로 문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매자의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스티커 업체 직원의 사연이 알려져 논란이다. 논란이 커지자 스티커 업체 사장이 직접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여러 차례 올리며 수습에 나섰다. 이번 일은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되레 지나친 예의를 요구하며 문의를 거절하는 등의 일부 사례와 맞물려 논란이 더욱 거셌다.
A씨가 첨부한 직원과의 카톡 내용을 보면, A씨는 업체 측에 “혹시 설 연휴 전에 주문 품목을 받아볼 수 있도록 보내줄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여기에 ‘^^’와 ‘ㅠ’ 등의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이에 직원은 “안된다. 설 지나고 19일부터 순차 발송된다”고 답했다.
A씨는 의문을 표했다. 설 연휴 이후는 오는 13일부터일뿐더러, 문의 당일(2일) 주문을 넣은 건데도 배송이 늦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오늘 주문 들어간 것 아닌가요?” “그리고 19일이요? 설 연휴는 12일까지인데요”라고 재차 질문했다.
직원은 이때부터 A씨에게 ‘말투’를 이유로 불만을 터뜨렸다. “왜 말씀을 그렇게 하시나요?” “빨리 받길 원하시면 더 일찍 준비하셨어야 하는 게 맞지 않나요?” “기분 나쁘네요,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등이다.
A씨가 “제가 무슨 말을 했다고 그러시냐. 저는 그냥 여쭤본 거다”라고 말하자, 직원은 “왜 짜증 내듯이 말을 하시냐고요”라고 답했다.
결국 직원은 실랑이 끝에 “아 됐고, 그냥 다른 곳에서 주문 부탁드린다. 예의 없는 분 주문 받고 싶지 않다”며 A씨의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업체 측의 ‘취소 사유란’에는 “(손님이) 싸가지 없음”이라는 내용이 적혔다.
이 같은 대화 내용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A씨를 응대한 직원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저래서 장사 어떻게 하냐” “일반적인 문의에도 예의없다고 느낄 정도면 세상을 대체 어떻게 살아가는 거냐” “사장이 직원을 고소해야 할 수준” 등이다. “친절은 대가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판매자가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의 주체가 바뀐 것 같다는 지적도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스티커 업체 사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사장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저희 매니저가 사유 또한 입에 거론조차 힘든 언사로 고객님에게 심각한 마음의 상처와 모욕을 줬다”며 “이 사태의 심각성을 통감하며 피해를 입으신 분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이어 “해당 직원은 현재 명백한 사실 관계 확인 후 엄정 조치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후 업체 측은 문제 직원의 자필 사과문과 해당 직원에 대한 해고통지서를 공개했다. 사장은 “해당 직원은 금일부로 해고 통지했고, 이 사건과 관련해 이의 신청을 할 경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며 “도 넘는 행위를 저와 저희 직원들 모두 용인하고 지나칠 수 없기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됐지만, 이번 논란은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친절한 태도를 요구하는 일부 판매자에 대한 불만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판매자로부터 “가격 문의 주실 때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달라” “DM(다이렉트 메시지) 문의하실 때 예쁜 인사 부탁드린다. 저는 대답만 하는 로봇이 아니다” 등의 말을 들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사례가 많아지자, 최근 코미디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에서도 이를 풍자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여기에서는 카페 사장이 ‘커피 한 잔만 테이크아웃해달라’는 손님 요청에 “나가주세요. 주문하실 때는 예쁜 인사말도 함께 부탁드려요. 저는 일방적으로 인사하는 로봇이 아니예요.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세요”라고 답하는 등의 상황이 연출됐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