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2000명 ‘파격’ 증원…의사들 ‘파국’ 경고 안 먹혔다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이 2000명 늘어난다. 파격적 규모의 의대 증원 규모가 확정된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큰 폭의 증원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고 내년도 대입에서 의대 입학정원을 현행 3058명에서 2000명 늘린 5058명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월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발표를 하고 있다.

의대 정원이 조정된 것은 2006년 이후 19년 만이다. 정부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총파업에 돌입한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3507명이던 기존 정원을 2006년부터 3058명으로 줄였다. 1998년 제주대 의대를 마지막으로 대학 의대 신설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27년 만의 증원인 셈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필수의료가 벼랑 끝 위기에 놓인 가운데 정부는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절박감으로 그간 시도하지 못했던 담대한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민 생명과 건강권을 보장하고 어렵게 이룩한 의료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2006년부터 19년 동안 묶여있던 의대 정원을 과감하게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의대 증원 규모와 관련해 "정부는 10년 뒤인 2035년 수급전망을 토대로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며 "급속한 고령화 등 늘어나는 의료수요를 감안할 경우 2035년에 1만 명 수준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다수의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의대 교육 과정이 6년임을 감안하면 2025학년도에 입학한 5058명은 2031년 졸업하게 되고, 이 시점부터 5년간 최대 1만 명의 의사 인력이 확충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전형 60% 이상 추진"

의대 입학 증원에 따른 대학별 배정은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집중 배정한다.

조 장관은 "각 대학의 제출 수요와 교육 역량, 소규모 의과대학의 교육 역량 강화 필요성, 지역의료 지원 필요성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특히 각 비수도권 의과대학에 입학 시 지역인재전형으로 60% 이상이 충원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의사 수 부족으로 인해 지역과 필수의료가 붕괴 위기에 내몰렸다고 진단하고 2022년 하반기 의대 증원 방침을 밝힌 뒤 정책 실행을 추진해왔다.

응급실에서 의료인력 부족 등으로 환자들이 구급차를 타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목숨을 잃거나 소아청소년과 '오픈런'을 비롯한 필수의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위기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 여론도 의대 증원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고, 여당은 물론 야권까지 방식에 이견을 보였지만 증원 자체에 일치된 의견을 보이면서 급물살을 탔다.

한국 임상의사 수(한의사 포함)가 인구 1000명 당 2.6명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7명을 훨씬 밑돌고 있고, 의대 졸업자 규모 역시 주요국 대비 지나치게 적다는 점도 추진의 주요 명분이 됐다.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듯 지난 1일 정부는 의사들을 지역·필수의료로 유도하기 위해 10조원 이상을 들여 지역·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올리고 필수의료 취약 지역에 더 높은 수가를 적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후 이를 뒷받침할 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의사 단체는 의대 증원 현실화에 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을 예고하며 강력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 불사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대응 수위를 높여 온 의협은 물론 각종 의사 단체도 일제히 "망국적 결정"이라며 규탄 성명을 냈다.

파업 최대 동력으로 꼽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회원 4200명(전체의 28%) 대상 설문 조사에서 86%가 의대 증원 시 단체행동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고 경고한 상태다.

정부는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가 단체행동을 벌일 경우 지난 2020년 때와 마찬가지로 현장에 미칠 파급이 클 것으로 보고 업무복귀명령 발동과 형사 처벌, 면허 박탈까지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조 장관은 "정부는 비상진료 대책과 불법행동에 대한 단호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며 집단행동 돌입 시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맞불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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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