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위기론 잊었나”…김기현-인요한 파워게임에 ‘혁신’ 실종된 與
국민의힘 지도부와 혁신위원회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당초 혁신위 출범 명분인 '수도권 위기론'도 잊힌 분위기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지지율은 지난 10월 보궐선거 이후 오히려 더 악화된 상태다. 하지만 지도부는 혁신위가 내놓은 타개책인 '주류 희생론'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혁신위도 동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추가 혁신안 구상은 멈춰선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혁신위 활동이 이렇게 끝나면 수도권을 넘어 '총선 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주류 희생' 혁신안을 놓고 여전히 파워게임을 진행 중이다. 앞서 혁신위는 지난 11월30일 해당 혁신안을 당에 의결해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인 위원장은 해당 안을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본인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의 요구를 즉각 거절했고,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도 해당 혁신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에 혁신위는 다음 최고위와 혁신위 회의가 함께 열리는 7일까지 해당 안의 최고위 상정을 재차 요구했다. 특히 혁신위 일각에선 더는 방법이 없다며 '조기 해산'이나 '지도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권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 후 "(윤 대통령과) 하루 3~4번 통화하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며 윤 대통령과의 끈끈함을 은연중 드러냈다.
김 대표는 6일 오후 인 위원장과의 회동도 예고했다. 7일 데드라인을 앞두고 혁신안에 대한 양측 접점을 찾으며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두 분이 이견은 조정하고 공감 부분은 증폭시킬 계획을 갖고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다만 혁신위 내부에선 이번 회동에 대해서도 "왜 회동하는지 모르겠다"며 기대감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당의 '수도권 위기론'은 계속 이어지는 모양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치러진 10월2주차부터 11월5주차까지 리얼미터 여론조사의 국민의힘 수도권 지지율 추이를 분석한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서울에선 39.5%→41.1%→34.8%→36.8%→39.5%→41.1%→36.8%→33.4%로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경기에서도 33.3%→34.6%→32.9%→35.1%→33.3%→34.6%→29.1%→31.7%로, 30% 선까지 무너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혁신위에선 '수도권 위기론' 관련 추가 논의가 거의 실종된 분위기다. 주류층은 본인들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주류 험지 출마론' 등에 대해 반발심을 드러내며, 일부 혁신안이 사장되길 바라는 속내도 보인다. 혁신위도 핵심 혁신안이 외면 받는 만큼, 수도권 위기 타개책에 대한 구상이 더는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일부 혁신위원들은 최근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혁신위원은 시사저널에 "김경진 대변인의 '시간 끌기' 발언이 가시화되고 있다", "혁신위를 왜 띄웠는지 모르겠다. 단순 이슈몰이 용도인가"라고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혁신위원은 "이대로 가면 수도권 총선은 또 망할 것"이라며 "결국 수도권 위기론을 잊은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또 민주당에 참패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혁신위가 소득 없이 종료될 경우 '총선 위기'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5일 시사저널TV 《시사톡톡》에서 "지도부가 보궐선거 건에 대해 어떤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고, 이후에도 한 달 동안 보여준 것이 없다"며 "총선을 앞두고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해놓고 혁신위의 '비대위 전환' 요구를 거부하면, 국민들은 여당이 진짜 '답이 없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대통령실 측에서도 '혁신위의 성공'이 총선 정국에서 중요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금 김 대표 체제, 또 인 위원장이 갈등을 빚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은 한 길로 가고 그것이 혁신위를 출발한 목적을 달성하는 쪽으로 가지 않겠나"라며 "대통령께서도 그걸 바라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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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