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민주당, 가치·품격 잃어…강성층에 면역체계 무너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한민국의 정치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정치 양극화’와 ‘강성 지지층’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아울러 해결 방안으로 ‘정당 내 민주주의’ 활성화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통한 ‘다당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사단법인 연대와공생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길로’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8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친낙(親 이낙연)계 사단법인 ‘연대와 공생’이 주최한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길로’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경제·정치·외교 분야 총 3개 세션에 모두 토론자로 참여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국민의 신뢰가 부족하고 문제 해결능력도 신통치 않은 거대 양당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치달으며 극한투쟁을 계속하고, 불신과 무능의 양대 정당에 의한 정치 양극화는 국민을 분열로 내몰며 국회와 국가의 정상 작동을 방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정당은 붕괴한 것이나 다름없을 만큼 허약해졌고, 강성 지지자들은 제도를 압도할 만큼 강력해졌다”고 진단했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여당은 권력의 하부기관으로 오랜 세월을 지내온 탓인지, 지금도 비슷한 행태를 계속한다”고 지적하면서도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불확실하지만, 혁신의 노력은 하고 있다. 여당이 강성 지지자들과 결별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그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는 “야당은 참담하다. 제1야당 민주당은 오래 지켜온 가치와 품격을 잃었고, 안팎을 향한 적대와 증오의 폭력적 언동이 난무한다”면서 “과거의 민주당은 내부의 다양성과 민주주의라는 면역체계가 작동해 여러 문제를 걸러 내고 건강을 회복했으나, 지금은 리더십과 강성 지지자들의 영향으로 그 면역체계가 무너졌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면역체계가 무너지면 질병을 막지 못하고 죽어간다”며 “그 결과로 민주당은 도덕적 감수성이 무디어지고 국민의 마음에 둔해졌다. 정책이나 비전을 내놓는 활동이 미약해졌고, 어쩌다 정책을 내놓아도 사법 문제에 가려지곤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일부 강성 지지층과 사법 리스크를 겨냥한 말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해결 방안으로 “정치에서는 도덕적이지도 않고 능력도 부족한 거대 정당에 의한 정치 양극화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그러자면 첫째,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가 필요하고 둘째는 다당제 구현”이라고 꼽았다. 당내 민주주의가 활발해지면 다양한 합리적 대안이 나오면서 정치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다당제를 통해 무당층을 국회에 포용하는 것이 정치 양극화 극복과 정치 불안정 예방에 필요하다”면서 “당장 할 일은 위성정당 포기를 전제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양대 정당이 의석 독과점을 위해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진 병립형은 정치 양극화의 폐해를 극심하게 만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정치 양극화의 해악을 줄이려면 거대 정당의 내부 혁신이 시급하다. 정치를 이대로 둘 수 없다”며 “지금의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갈래의 모색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과 상의하지 않았지만, 저는 그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뜻을 모으는 모임 또는 신당 창당 등 움직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내년 4월 총선이 위기의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김포 등 몇 개 도시의 서울 편입과 주식 공매도의 한시적 금지 같은 여당의 정책이 그 신호”라며 “포퓰리즘 정책은 총선 이후에 정체를 드러내며 계산서를 들이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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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