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韓서 풀린 60억달러 한푼도 못 써"…美, 다시 돈 묶었다

미국이 최근 한국에서 동결됐다 풀린 이란의 석유 수출대금 60억달러를 다시 동결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월리 아데예모 재무차관은 이날 민주당 하원 의원들에게 미국과 카타르 정부가 이란이 이 돈에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하기로 합의했다고 알렸다. 구체적인 기간은 알려지지 않았다.


로이터도 같은 날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한 고위 관료가 "이란은 당분간 이 돈에 손댈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한국에 원유를 수출한 뒤 받은 이 돈은 미국 제재로 2019년부터 한국에 묶여 있다가 지난달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교환 협상의 일환으로 동결 해제됐다. 이후 한국 내 은행에서 카타르 은행으로 이체된 상태다.

그러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 돈은 미국 정가에서 뜨거운 이슈가 됐다. 이란이 오랫동안 하마스를 지원해왔던 데다 이번 공격을 두고 이란의 배후설 내지 협력설이 제기되면서다.

야당인 공화당은 이 돈을 바이든 대통령의 대(對)이란 유화 정책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하면서 하마스의 공격을 부른 셈이라고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에서도 하마스 공격에서 이란의 개입 여부가 확실해질 때까지 자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 12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60억달러에 접근하거나 한 푼도 쓰지 못했다"며 "우리는 이 자금을 엄격히 감독하고 있으며 동결할 권리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재무부가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사용되도록 모든 지출을 감독한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오랫동안 하마스 지원 사실을 인정해왔지만 이번 공격엔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지난 10일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 편을 드는 자들은 지난 2~3일 동안 이번 행동의 배후가 이란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며 "그들은 틀렸다"고 주장했다.

자금 동결에 따른 이란의 반발도 예상된다. 유엔 주재 이란대표부는 "이 돈은 이란 국민을 위해 기본적이며 제재 대상이 아닌 필수적 제품을 구입하도록 이란 정부에 배정된 것으로, 이란 국민에 정당하게 귀속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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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