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안 보이는 차선, 시력 문제가 아니라 '비리'…123억 챙겼다
한국도로공사의 도로 차선도장·도색업체 선정 과정이 허술해 부실시공이 이어지는 탓에 제도 전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고속도로 차선 부실시공에 대해 "운전자들은 비 올 때 차선이 유독 잘 안 보였던 경험이 있을 텐데, 이건 시력이 문제가 아니라 비리가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의원에 따르면 올해 8월 앞서 2021년 도로공사가 발주한 차선공사에서 명의 대여 방식을 부실시공한 혐의로 업체 34곳, 관계자 69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부실시공 업체들은 차선도색 과정에서 저가 원료(유리알)를 섞어 사용하면서 123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로공사는 22곳 불량 구간에 대해 하자처리를 결정했다.
차선도색의 도료와 함께 살포하는 유리알은 정상제품은 1kg당 7200원인데 반해 저렴한 제품은 1kg당 3500원 수준이다. 부실시공업체는 정상제품과 저가 제품을 8 대 2 비율 등으로 혼합해 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가 유리알을 사용할 경우 차선 밝기가 기준 이하로 떨어져서 비가 오거나 차선 식별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서 의원은 "민의 생명을 담보로 돈벌이하는 것 이것 뿌리 뽑아야 안 되겠냐"며 "유리알을 섞어서 불량 차선 도색을 한 업체는 확실한 페널티를 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하도록 입찰 제도를 개선도 요구했다. 국내 도장면허 보유업체들은 5300여곳인데 별도의 '차선 도색 전문면허'가 없는 상황에서 모든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는 실정이다. 2021년 도로공사가 발주한 도로공사에 1700여개 업체가 참여해 45개 업체가 낙찰받았다. 이 중 도색장비를 갖춘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서 의원은 "대부분이 전문 장비를 갖추지 않고, 도색장비를 보유한 23개 업체로부터 모두 빌려 쓰고 있다"며 "입찰 대상을 장비를 보유한 업체로 제한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와 상의하겠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