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씩 나랏돈 지원받더니 바로 폐업…그렇게 날린 세금 5.8조원

산업안전용품 제조업체인 A기업(전라남도 소재)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2018년까지 10회에 걸쳐 총 8800만원의 R&D 지원을 받든 뒤 지난 6월 폐업했다.


10회 이상 중복지원을 받았던 반도체 소자 제조업체 B기업(인천광역시 소재) 역시 작년 11월까지 중기부로부터 5회에 걸쳐 모두 6억7100만원을 지원받은 다음 지난 6월 문을 닫았다.

중기부가 2015년 이후 동일한 중소기업에 중복으로 지원한 R&D 예산이 5조원이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매출액이 저조하거나 폐업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에 R&D 예산이 대거 중복지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기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기부는 중소기업 R&D에 지난 2015년 이후 8년간 총 9조4674억원을 지원했다. 이중 2회 이상 중복지원된 액수는 5조7902억원으로 집계됐다.
중복지원을 받은 기업 수는 총 1만8499개사다. 2회 중복지원을 받은 기업은 1만411개, 3회는 4268개, 4회는 1957개, 5회는 1009개였다. 또 10회 이상 중복지원을 받은 기업은 24개, 11~14회는 15개, 15회 이상 1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10~15회 중복지원을 받은 40개 기업이 지원받은 R&D 금액은 454억80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의 2015년~2022년 매출액 합계는 71억원으로 기업당 평균 2400만원에 불과했다. 매출액이 총 지원금액의 15% 가량에 불과한 셈이다.

R&D 지원의 이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결국 중소기업들의 기술개발에 악영향을 미친 다는 것이 양 의원실의 분석이다. 양 의원실 관계자는 “통계에 따르면 R&D 예산을 지원받은 중소기업중 세계 최고 기술 대비 개발기술 사업화 비율 100%를 달성한 곳의 비율은 0.3%, 국내 최고 기술 대비 개발기술 사업화 비율도 2.1%에 그쳤다”고 밝혔다.

양 의원은 “기술개발은 중소기업의 혁신성장 동력”이라며 “R&D 자금의 중복지원 현상을 방지하고 지원이 적시적소에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중기부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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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