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윤석열 밑에서 임기 마쳐 치욕”···금감원 “정치에 이용 말라”
“윤석열 밑에서 (금융감독원 부원장) 임기를 마치는 게 치욕스러웠다”는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58)의 발언에 금감원 직원들은 2일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금융감독기구를 자기 정치에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재임 기간에 수장이 두 번 교체될 때도 부원장 중 유일하게 일괄사표 제출을 거부했고 자진 사퇴도 하지 않으면서 정해진 임기 3년을 보장받았다.
김 위원장은 전날 인천 남동구 민주당 인천시당 사무실에서 열린 ‘인천시민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 때 금감원 부원장으로 임명받았는데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게 엄청 치욕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으로 윤석헌 전 원장이 재임 중인 2020년 3월부터 이복현 현 원장 재임 기간인 지난 3월까지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금감원장은 윤 전 원장에서 2021년 8월 관료 출신인 정은보 전 원장으로 바뀌었다. 정 전 원장은 관례대로 임원들에게 일괄 사표를 요구했으나 김 위원장은 유일하게 이를 거부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022년 6월 금감원장에 취임한 이 원장은 임원 일괄사표를 받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을 제외한 이찬우(수석)·김종민·김동회 부원장은 모두 사의를 표했다. 세 사람 모두 2021년 10월에 취임했다.
그해 7월 이명순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수석)과 이준수·함용일 금감원 부원장보 등 3명이 부원장에 취임했다. 한 달 후에는 당시 9명이었던 부원장보 중 절반이 넘는 5명이 새로 취임했다.
금감원 원장은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위가 의결하고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부원장은 원장이 제청하고 금융위가 임명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원장은 사실상 정무직이라고 볼 수 있지만 부원장과 부원장보 등 다른 임원은 관료 출신이나 내부승진자가 대부분일 정도로 정치와 무관하다”면서 “금감원의 (정관상) 목적도 금융기관 검사와 감독 업무 수행을 통한 금융수요자 보호와 경제 발전 기여에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정 전 원장과 이 원장이 취임할 때 김 위원장에게 나가라는 사람도 없었지만 붙잡은 사람도 없었다”면서 “정권이 바뀐 후에도 부원장 중 유일하게 임기 3년을 채웠고 임기제 취지에도 맞을 수도 있는데 퇴임 후 뒤늦게 금감원을 자기정치에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소비자보호처장으로서 사모펀드 분쟁 조정 업무를 맡아 피해자 구제에 역할을 했는데 이런 경력이 없었더라도 민주당 혁신위원장에 갈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면서 “임기를 마치자마자 정치권으로 간 게 안 좋은 선례가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 후임에는 한때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대변인이었던 이두아 전 의원이 세평에 올랐으나 지난 5월 김미영 부원장보가 첫 내부 출신 여성 부원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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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