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경찰 ‘수사 종결권’ 축소 공식화…경찰 “검수원복 시도”

▲ 한동훈 법무부장관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사실상 전담하던 보완수사 및 재수사를 검찰에서도 일부 맡을 수 있도록 법무부가 수사준칙 시행령을 개정한다. 수사지연 등 부작용을 해소하는 차원이다.

법무부는 31일 보완수사에 대한 경찰 전담 원칙을 폐지하고 불송치사건 재수사도 검찰이 사건을 송치받을 수 있는 기준을 넓히는 '수사준칙 개정안'을 내달 1일부터 9월 11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1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 시 원칙적으로 사건 수리 시점 1개월 내 처리해야 한다. 또 경찰은 검찰로부터 보완수사 요구, 재수사요청을 받으면 3개월 안에 이행하도록 정했다.

보완수사에 대한 경찰 전담 원칙도 폐지해 경찰의 업무 과중과 수사지연을 완화하고 사건별로 특성에 따라 검·경이 보완수사를 분담하도록 한다.

아울러 경찰의 부당한 불송치 결정에 대해 검사의 재수사요청이 이행되지 않으면 검사가 사건을 송치 받아 마무리하도록 했다. 검찰은 불송치 결정에 대해 1회에 한해 재수사 요청 권한이 있으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맡던 중요사건 등 기존 7개 사건 유형 외에도 검·경 일방이 요청하거나,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게 적용되는 선거 사건은 3개월 전 검·경 상호 협의를 의무화해 협력을 강화한다.

법무부는 학계, 실무 전문가, 검·경 기관위원으로 구성된 '검·경 책임 수사시스템 정비 협의회'를 구성하고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거치는 등 관계기관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검수완박'으로 축소된 검찰의 수사권한을 일부 복원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법무부의 이번 조치가 형사소송법의 범위 내에서 '검수완박' 입법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는 시의적절한 조치였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의 45.7%가 보완 수사 이행에 3개월 이상이 걸릴 정도로 수사지연이 심각한 상황에서 재수사 요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공소시효가 임박해 송치되는 사건이 많았다는 것이다. 신속한 사건처리를 위한 검찰의 책임을 강화, 국민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검수완박' 국면에서 대검찰청 형사정책담당관을 지낸 최지석 대구지검 2차장은 "2021년 수사권 조정과 2022년 이른바 '검수완박법' 입법 이후 제기돼 온 수사지연과 부실수사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으로 이해한다"며 "국민의 입장에서 보다 신속하고 내실있게 형사사법 시스템이 운영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으로 커진 업무부담을 나누는 것은 환영하지만 경찰의 수사독립성 강화 및 전문화 등 기존 수사권 조정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지연 문제 해소에 검·경이 힘을 모으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검찰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주요 사건뿐만 아니라 민생 사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협업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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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